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일까. 의사들에 이어 현 정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거리로 나선다.
대한간호협회는 오는 29일 보건복지부와 진행해오던 간호인력개편 협의체 탈퇴를 결정한 데 이어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 1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앞서 의사들도 정부의 보건의료 규제완화 정책에 반발하며 지난해 12월 여의도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의사궐기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어 3월 10일에는 전국 병의원에서 총파업을 강행,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하기도 했다.
사실 의사들은 대표적으로 '의약분업'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따른 비판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결의대회, 파업 등 초강수를 두며 종종 집단행동을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간호계가 이번처럼 정부 TF 협의체 탈퇴, 대규모 집회 등 강경대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12년 '간호조무사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해 천안역 광장에서 3000여명이 집결했지만 이는 법안을 발의한 양승조 의원과 이를 지지하는 간호조무사들을 대상으로 한 집회였다.
지난해 7월에는 복지부에 간호인력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서울역에서 개최했지만 이는 협회 주최가 아닌 국민건강수호를위한간호사들의모임(이하 건수간)이란 간호사들 간 자발적인 모임이 주도한 것이었다.
반면, 이번 결의대회는 정부가 내놓은 의-정합의 결과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간협이 직접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 동안 간호사 PA 합법화 필요성에 공감해왔던 정부가 단, 하루만의 의료계 파업에 영향을 받아 입장을 번복한 데 따른 불만에서 계획된 것으로 보여진다. 동시에 간호법 제정에 대한 간호사들의 의지 역시 담겨있다.
간협 관계자는 "PA 문제의 경우, 간호사가 대부분의 인력구성을 차지하고 있는 당사자임에도 이를 정부가 의사들과만 논의하고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잘못됐다"며 "이번 집회에 4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것도 이번 의-정합의가 당사자들을 제외한 합의라는데 따른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간호사 PA 일부영역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논의됐는데 이를 의사들의 단 하루 파업으로 뒤집었다. 정부의 태도에 불신감을 느낀다"며 "특히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는 간호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간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32만명에 달하는 회원으로 구성된 간협의 움직임이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그 동안 정치권은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등이 다가오면 간호사들의 지지를 의식해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간호사 2000여명이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이후 새누리당으로부터 당 정책에 간호사 권익을 반영하겠다는 화답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간협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염두하고 집회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면서 "줄곧 의-정합의에 대한 간협의 입을 강력하게 밝혀왔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개선안이 없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언급했다.
14일 간호인력개편안 협의체 회의 결국 '연기'
간협의 강경대응은 지난 14일 예정돼 있던 복지부 간호인력개편 협의체 회의를 연기하는 사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앞서 간협은 의-정합의 철회를 할 때까지 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 협의체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회의 연기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인력개편안을 담당하는 복지부 인사가 바뀌어 해당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숙지하고자 회의를 연기한 것"이라며 회의 연기 배경이 간협의 협의체 탈퇴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간호인력 교육기관 및 보수교육 관리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던 이번 회의는 5월 중으로 다시 열릴 예정이며 남은 시간동안 간협과 대화를 통해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PA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현재 간호인력개편 회의에서 PA문제를 직접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회의가 열리는 5월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간협과 의견을 조율을 통해 함께 간호인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