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급여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병원계가 지난해 약속한 부대조건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10월 2013년도 수가계약 당시 적정수가 산정을 위한 진료비 자료 제출에 협조키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부대조건에 합의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별로 각각 5% 이상씩 진료비 자료를 공단에 제출, 보다 현실적인 수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에 따라 병원협회는 지난 2월 수가계약 부속합의 추진협의체를 개최하고 전국 125개 병원에 ‘2012년 진료비 실태조사’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들의 회신율이 저조해 근심을 샀고 협회는 공문, 서신, 유선전화 등을 통해 자료 제출을 독려했지만 최근 내년 수가협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회신율은 미미했다.
실제 건보공단에 진료비 자료를 제출한 곳은 125개 병원 중 10% 남짓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병협은 건보공단과의 ‘적정수가 산정을 위한 진료비 자료제출’ 부대조건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때문에 2014년도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 측이 부대조건 불이행 문제를 지적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병협은 지난해 2.2%의 수가인상에 합의, 최근 5년 간 최대 실적을 거두며 가입자를 비롯한 타 유형들로부터 따가로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작년 상황을 감안하면 2014년 수가협상에서는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부대조건 불이행이라는 빌미를 제공하며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위기감을 느낀 병협은 진료비 실태조사 협조 대신 일선 병원들의 경영수지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방어막을 폈다.
병협은 수가협상 시작일인 지난 21일 갑작스레 전국 80개 병원의 수지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을 강조했다.
조사결과 이들 80개 병원은 지난 2012년 8조8118억원을 벌어들였으나 지출한 돈이 8조8321억원으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760억원을 기록했던 의료이익이 2012년에는 203억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폭이 점점 늘어나면서 병원 폐업률도 급증하고 있다고 병협은 전했다.
비록 진료비 실태조사 부대조건은 이행하지 못했지만 실제 병원들이 이만큼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가입자와 보험자 측은 병협의 부대조건 불이행과 선을 분명히 그었다.
가입자단체 한 관계자는 “병원들이 어렵다면 왜 진료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느냐”며 “자체조사 결과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번 협상에서 부대조건 불이행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며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관계자도 “전년도 부대조건 역시 수가협상에서 다뤄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