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수가제 의무 시행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가장 민감한 수가 부분에서 기존 체제보다 후한 대접을 하겠다는 공언도 내놨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불참에 대해서는 '정치적 행동'이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29일 오후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전문언론 간담회에서 "포괄수가제(DRG) 수가가 행위별수가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보험급여과에 DRG를 독립해 무조건 행위별수가보다 플러스 알파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며 "현재 담당과에서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7월 시행 예정인 DRG 수가가 현행 행위별수가보다 높게 책정돼도 장기적으로는 수가가 인하될 것이란 의료계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과장은 "DRG 찬반에 관한 원론적 얘기를 떠나 의료계 요구인 환자분류체계를 기존 61개에서 78개로 세분화했다"며 "수가도 2.7% 높였고, 공휴일 가산 등을 고려하면 3.5%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DRG 질 수준을 모니터링하는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반영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성과 기반의 가감지급제에 대해선 "18개 지표 평가를 통해 가감지급과 연계할 생각"이라며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는 계획이 서지는 않았다. 다만 이 제도를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복지부가 건정심에서 수가조정 기전을 언급한 것은 스스로 구속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지금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은 그 기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RG를 시행하는 것은 재정 절감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복지부는 연말까지 수가조정 기전을 만들겠다고 했다. 의료계가 건정심 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줘야 하는 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배경택 보험급여과장도 "DRG 수가는 비급여에 관한 조사가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병의원급은 불리한 수가체계가 아니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DRG 수가를 인하할 것이란 인식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그런 방식으로 수가를 만들거나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총액계약제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협 건정심 하루빨리 복귀해야"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의료계를 설득하는데 주력하면서도 의협 집행부에 쓴소리를 했다.
박 과장은 "의협이 건정심 복귀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었다. 어떻게 돌아올지 걱정"이라며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기여서 안타깝다. 하루빨리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가 적정해야 수가 인상도 가능하며 지금 상황에서 수가 현실화를 외치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가입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건정심을)뛰쳐나간 것은 너무 정치적이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박 과장은 "의협 집행부가 이렇게 반대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 전제조건을 내걸어 논의해왔고 수가 수준도 높이려고 했다"며 "환자 분류체계도 마찬가지다. 합의 여부를 떠나 집행부가 바뀌면서 그동안의 논의 흐림이 깨져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집행부는 초기에 DRG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을 언급하다가 이슈가 DRG로 옮겨간 형국"이라며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DRG 전면 반대를 주장하다가 지금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또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이 임채민 장관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에는 "그건 정치적 수사"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방송에서 복지부 주무과장으로 의협과 토론했다"며 "장관의 위임을 받아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언제든지 다시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의협이 DRG에 대한 준비 부족을 말하는데 담당 실무진으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