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당직을 전문의만 서도록 한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논란의 핵심은 '레지던트 당직규정 삭제'와 '비상호출로 당직전문의 운용'이다.
데일리메디가 입수한 민주통합당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호출 당직제 운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 보고서는 "환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응급의료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에서 국회가 개정한 응급의료법의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 공급자들의 압박에 굴복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당초의 안을 백지화하는 등 무책임하고 무능한 태도를 보였다"며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비상호출을 통한 당직제 운용을 허용한다면 과연 얼마나 빨리 호출에 응할지도 문제"라며 "즉각적인 진료를 하지 않았더라도 호출에 응해 진료했다고 주장한다면 면책되는 등 제도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입법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복지부가 의사들과 병원들의 입장을 수용한 사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며 "환자의 불편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시행에 맞춰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조항을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해 의견을 수렴했다.
그런데 전공의와 병원들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전공의가 부족한 지방병원이나 외과·산부인과 등의 비인기 진료과 3~4년차들이 반대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6월 28일 의사협회에서 집회를 열고 "지방 수련병원에서는 3년차 전공의 혼자서 응급실, 외래진료, 중환자실을 다 맡기도 하는데 응급실 근무 부담까지 주면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되면 7월경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파업을 포함해 집단행동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복지부는 전공의와 병원협회 반발을 의식해 당초 안을 전면 수정했다. 진료과목별로 당직 전문의를 두되 레지던트 당직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병협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료현장을 외면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새벽에 당직의사를 부른다고 해서 신속한 응급치료가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관련 수가를 과감하게 인상하더라도 질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응급의료는 생명과 직결됐다는 점에서 정부와 이익단체의 뒷거래 대상이 아니다. 복지부를 강하게 질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당 의원실 관계자도 "입법취지가 어긋난 것은 사실이다.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