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논란이 심상찮다. 일선 병원들은 오는 22일부터 예정대로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될 경우 카드사와의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병원비 결제의 80% 이상이 카드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병원들이 카드사와 계약해지를 할 경우 환자들의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는 10일 신용카드 수수료와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른 병원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영세 가맹점 배려와 대형가맹점 부당행위 금지 등 새로운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의료기관에까지 무차별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수가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인상될 경우 병원들의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상장비 수가인하와 포괄수가 시행, 당장 내년부터는 초음파 급여화를 앞둔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 인상은 병원들에게 너무 잔인한 통보”라고 덧붙였따.
이들 병원의 고충은 실제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병협이 전국 30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액을 조사한 결과 연간 최소 2억원에서 최대 30억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수수료율을 건강보험 수가와 연계시켜도 병원들의 부담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내년도 병원계 수가인상율은 2.3%로, 전체 금액으로는 4200억원이 인상됐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률 등을 적용 순이익으로 계산해보면 2700여개 병원들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인상액은 126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새롭게 마련된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경우 병원들이 내야할 추가 부담액은 약 803억원으로, 건강보험 수가로만 수수료율을 보존시키기 위해서는 15% 이상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춘균 위원장은 “내년도 수가가 2.3% 인상됐다고는 하지만 순이익으로 볼 때 수수료 증감액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료의 특수성을 반영, 최저수수료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설파했다.
병원계는 만약 예정대로 오는 22일부터 새로운 수수료율이 적용될 경우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과 카드사와의 관계가 사적계약인 만큼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환자들은 병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병원협회 차원에서 회원병원들의 계약해지를 독려할 경우 담합에 해당될 소지가 있는 만큼 계약해지는 철저히 개별병원들의 결정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80% 이상이 넘는 카드결제 비율을 감안하면 병원들 입장에서도 카드결제 자체를 거부할 경우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병원계 고위 인사는 “계약 해지는 병원들에게 양날의 칼과도 같다”며 “모든 병원이 사전협의 없이 동시다발로 계약을 해지 한다면 적잖은 파장이 일겠지만 산발적으로 이뤄지면 해당 병원만 피해를 보는 형국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