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정책 총괄 요직 꿰찬 의사···반발하는 약사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에 이원식 화이자부사장···'의사직능 독식 우려'
2016.09.05 12:44 댓글쓰기

의약품분야 안전관리 정책을 개발·시행하고, 임상시험, 인·허가권 등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에 의사 출신이 임명되자 약계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안전국장은 의약품 정책 전반을 관리하는 요직으로 식약처 내부에서 약무직으로 불리는 약사 출신 공무원이 주로 임용돼 왔다.


의사가 보건복지부장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을 도맡은 상황에서 의약품안전국장마저 의사 출신을 임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자로 의약품안전국장직 서울의대 출신 한국화이자제약 이원식 부사장을 임명했다. 발령은 오는 19일 예정됐다.


그는 부처가 필요로 하는 민간의 최고 전문가에 대해 공모절차를 생략,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시험을 통해 임용하는 ‘민간 스카웃 제도’에 따라 임명됐다.


의사출신으로는 최초로 의약품안전국장에 임명된 이원식 국장은 20여년간 제약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예방의학 석사)와 한양대(약리학 박사)를 졸업했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장과 한국MSD 임상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으로 재직해 의사로서의 전문성뿐 아니라 임상·의약품허가 등 제약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과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를 세계적 수준으로 견인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임명에 대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회장 리병도)와 서울시약사회(회장 김종환) 등은 성명을 내고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 임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먼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은 “의약품 관련 정책과 산업 전반을 관리하는 핵심 보직에 다국적제약사 부사장을 앉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국적사 부사장이 의약품의 연구나 안전보다 의약품 판매촉진과 마케팅 성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건약은 “식약처는 제약회사로 하여금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공급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자리지, 제약회사 마케팅 업무나 임상시험 대행업체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약품 개발 연구와 보건행정연구 등 기초 의약연구를 묵묵히 수행하는 많은 전문가들을 외면, 보건의료행정 경험이 전무한 인물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건약은 “의약품허가 규정을 완화하고 약가를 높게 책정하는 제도를 시행하려는 등 일련의 제약산업 촉진을 위한 정부 정책의 산물”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서울시약사회(이하 시약사회)도 성명을 내고 “심평원장, 건보공단 이사장, 복지부장관 등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마저 의사 출신 임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보건의료 분야 정부기관에 의사직능이 독식하는 것은 앞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균형적인 보건의료정책을 펼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의사공화국이냐”고 되물었다.


다양한 보건의료직능이 엄연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의사직능만을 내세우는 것은 보건의료정책은 후퇴만을 거듭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시약사회는 “이것도 모자라 개방형 직위로 처음 임명한 의약품안전국장이 다국적 제약사 부사장 출신이라는 점도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과연 공정한 의약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아울러 “의사직능에 편중된 정부의 인사정책에 심히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의약품안전국장에 적절하지 않은 다국적 제약사 부사장 출신의 임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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