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평가기준 논란···'아무리 잘해도 2류'
호스피스 차별 정책에 불만 고조···'최우수 성적표 기회 원천봉쇄 당해'
2018.10.16 05:1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요양병원들이 정부의 호스피스 사업 차별에 격분했다. 아무리 안간힘을 쓰더라도 ‘2류’ 밖에 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불만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호스피스 사업 범주에 포함됐지만 정책 기저에 ‘요양병원은 호스피스 사업에 적절치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의도적인 배척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은 최근 공개된 호스피스 평가기준이다. 보건복지부로부터 호스피스 사업을 위임받은 국립암센터는 최근 2018년도 추진실적 평가기준을 공개했다.


입원형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급성기병원과 시범사업 자격으로 참여 중인 요양병원들의 실적을 평가해 오는 2019년 3월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평가기준이 요양병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평가항목은 △운영실적(45점) △사업실적보고서(15점) △임종의 질(30점) △치료 및 돌봄에 대한 만족도(10점)  △특성화 사업(가감 +12/-5점) 등으로 총 배점은 100점이다


구체적으로 ‘운영 실적’은 병상가동률, 장기재원율, 필수인력 전담여부 및 확보 수준, 소진관리 프로그램 운영 여부, 사별가족 프로그램 운영 등을 평가한다.


사업실적보고서’는 사업 이행, 목표 달성률,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이 평가대상이며 ‘임종의 질’은 가족이 평가한 고인의 삶의 질 점수, ‘치료 및 돌봄 만족도’는 가족의 만족도 측정기준이다.


특성화 사업’ 평가는 필수인력 법적 교육 운영, 전문가 멘토링제 멘토 참여,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등 7개 항목에 대해 1~2점의 가점을 주고, 기한 내 사업실적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필수인력 오프라인 교육 이수율이 30% 미만이면 2~3점을 감산하는 방식이다.   


평가점수 90점 이상이면 ‘최우수’, 75~89점이면 ‘우수’, 60~74점이면 ‘보통’으로 분류한다. 평가결과 ‘최우수’ 기관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고, 예산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문제는 입원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6개 요양병원의 경우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최우수’ 기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립암센터는 △임종의 질 △치료 및 돌봄에 대한 만족도 등 2개 항목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16개 요양병원을 ‘신규기관’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평가를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배점(30점, 10점)의 중앙값인 12점과 5점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들은 다른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더라도 80점에 불과해 ‘최우수’ 기관이 될 수 없다.


여기에 최대 12점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특성화 사업은 급성기병원만 해당해 요양병원은 점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      


A요양병원 원장은 “평가결과가 공개되고, 인센티브까지 부여하는 정부 사업임에도 요양병원에 불리한 평가항목을 만들고, 불공평한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규기관으로 분류된 요양병원 중에는 이미 2016년부터 입원형 호스피스를 하고 있는 11개 의료기관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호스피스 요양병원들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2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B요양병원 이사장은 “말기환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불공정한 평가항목을 제시해 요양병원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시범사업 중인 요양병원들이 급성기병원 보다 호스피스 질이 낮은 것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요양병원 1차 시범사업 평가결과 통증 평가 및 수준 유지, 임종관리, 호스피스 서비스 만족도 등은 기존의 호스피스 전문기관보다 우수했다.


아울러 모든 시범사업 참여 기관들이 법적 인력기준과 시설 및 장비기준을 충족했고, 돌봄계획 수립, 통증 및 신체관리, 영적돌봄요법, 사별가족서비스 역시 지침을 준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요양병원 호스피스에 대한 불공정한 잣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는 올해 2월 4일부터 요양병원도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복지부는 질 낮은 요양병원들의 진입을 우려해 시범사업을 연장시켰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호스피스는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요양병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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