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처벌 강화···'의사들 주의 필요'
의료법 개정안 통과, 전국 1000여곳 추정···'감언이설 당한 의사 보호 필요'
2018.10.07 19:03 댓글쓰기

최근 사무장병원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의가 요구된다.

병·의원 과잉경쟁과 경기불황으로 사무장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단 번에 뿌리 뽑히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의사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주장이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들이 자금을 투자해 의사 명의를 빌려 개원한 곳으로 겉으로는 의사가 주인이지만 실제 병원 관리 및 운영은 사무장이 맡아서 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주로 요양병원이나 프랜차이즈병원을 중심으로 사무장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1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동안 정부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 의사를 사무장과 공범으로 보고 의사에게는 형사적인 처벌과 면허정지 3개월, 건강보헙공단의 환수와 영업장 정지 등 3중, 4중 처벌을 가해 왔다"며 "정작 사기를 친 사무장은 3범, 4범일지라도 처벌 수준이 미흡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사무장병원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의사 명의로 개원을 하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합법이기 때문에 내부고발자가 없으면 적발이 어렵다"며 "해당 병원이 적발돼 원장의 의사 면허가 정지되더라도 사무장이 다른 의사를 고용해 다시 운영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 년 전 충북 지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의사들도 사무장병원에 몸담았던 게 원인이라는 말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무리한 투자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명의상 주인인 의사들이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병원을 개업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병원을 개원할 때 초기 투자비용이 최소 3억~4억원인데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의사들이 얼마나 되겠냐"며 "갓 졸업한 의대생이나 개원해서 실패한 의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사무장병원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위반뿐만 아니라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 여러 탈·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투자비용을 뽑고 수익을 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는 "상당수 사무장병원은 허위 진단·입원 같은 보험사기에 연루돼 있다"며 "설사 의사가 나중에 이런 '불법 사이클'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한번 코가 꿰이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병원을 그만두려 해도 사무장의 협박을 받는 의사들이 상당 수"라면서 "특히 여의사들의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행히 사무장병원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번 기회에 사무장병원을 뿌리뽑을 특단의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관계자는 “불법 사무장병원 문제는 해당 사건만 해결했다고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법인 명의 임대 사무장병원을 모두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의료계, 보건복지부, 검찰·경찰, 국회 등이 협력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사무장의 불법적인 감언이설에 속아 벌금, 자격정지, 환수 등의 피해를 당하는 선의의 의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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