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대여 의사 면허취소 처분 복지부 패(敗)
법원 '무면허 의료행위 아닌 급여 허위 청구 위한 목적 인정'
2013.08.01 09:13 댓글쓰기

요양병원의 의사인력 등급제 유지를 위해 면허를 대여한 의사에게 복지부가 자격 취소처분을 명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한 징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자신의 면허를 요양병원에 빌려 준 의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사의 청구를 인정해 복지부 패소를 선고, 의사면허 자격취소처분을 이행할 필요 없다고 판시했다.

 

의사의 면허 대여는 잘못된 행위지만, 그 목적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위한 것이 아니고 의사인력 등급제 유지를 통한 의료급여 부당청구가 목적이라면 의사 자격을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의사 박모씨는 A요양병원에 취직했지만 근무조건 등이 당초 약속과 달라 5일만에 병원을 나가기로 했다.

 

그러자 병원장은 요양병원의 의사인력 등급을 1등급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의사를 구할 때 까지 한 달만이라도 의사등록을 유지해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이를 받아들인 박씨는실제 4~5일 근무했음에도 2개월간 근무한 것처럼 A요양병원에 면허를 대여해주고 두 달치 월급 692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위법한 면허대여 행위에 대해  박씨는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에 처해졌고, A요양병원은 인력 등급을 속여 지급받은 돈을 모두 되돌려 냈다.

 

하지만 박씨의 행정처분은 벌금이 전부가 아니었다. 복지부가 면허 대여를 근거로 면허취소 처분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씨는 "면허를 대여한 것은 A요양병원의 의사인력 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수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병원장의 부탁을 받아 의사인력 신고기간을 두 달간 유지한 것"이라며 "이 행위는 병원의 급여 부당청구에 협조한 것에 해당될지는 몰라도 의료법에서 금하는 면허증 대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사무장병원 개설이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위해 면허를 빌려준 것 아닌데도 의사 자격을 취소하겠다는 복지부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피력했다.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씨의 면허대여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불법행위인 것이 명백하지만 이를 가지고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무면허 의료가 목적이 아니라 요양급여 수령을 위해 의사인력 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것임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 A요양병원에서 박씨 명의의 진단서가 발행되거나 박씨 이름으로 의료행위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며 "진료비 거짓 청구는 무면허 의료행위와 비교해 그 법익침해 정도가 그리 무겁지 않은데도 복지부가 내린 의사자격 취소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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