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 수사, 의료계 불똥 촉각
이원석 검찰총장 "수사팀 확대·허위진단서 발급 의사 등 엄단" 지시
2022.12.30 09:17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최근 유명 배구선수로 촉발된 ‘뇌전증 병역비리’ 파문이 의료계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수사 선상에 오른 피의자 중에는 의사 자녀도 포함돼 있고, 무엇보다 뇌전증 진단은 결국 의사가 내리는 만큼 수사의 칼날이 의료계 종사자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원석 검찰총장은 29일 “병역비리 합동수사팀 확대와 함께 병역기피자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의료기관 종사자까지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검은돈으로 신성한 병역 의무를 오염시킨 브로커와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은 병무청 특사경이 허위 뇌전증 진단서 발급 등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다수의 사례를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수사를 통해 전문 ‘병역 브로커’ 존재가 밝혀지고 이들을 통한 병역기피 가담자가 수 십명에 이르자 검찰은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브로커 중 한 명인 행정사 구모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다른 브로커인 행정사 김모씨의 경우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감면받도록 도운 뒤 한 사람당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의료계 관계자들이 브로커와 짜고 조직적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상담 과정에서 의료계 종사자 및 병무청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정황이 확인된 만큼 의료계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뇌전증의 경우 통상 MRI나 뇌파 검사 등을 진단하지만 영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발작 등의 증세 여부, 치료제 복용 여부 등도 진단에 활용된다.


브로커들 역시 이 대목을 노렸다. 구 씨는 ‘뇌전증 약을 처방 받아서 먹는 것처럼 하라’, ‘발작 증세를 허위로 보인 뒤 119를 불러 기록을 확보하라’는 식의 조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각종 병역비리 사건에는 늘 의료계 역시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의사가 발급하는 진단서가 병역면제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의사와의 공모 실체가 드러난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야구, 축구 등 프로선수들 병역비리 사건에는 어김없이 의사들이 연루돼 있었다. 몇해 전에도 불필요한 수술과 진단서로 프로선수들 병역면제를 도운 의사가 기소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역비리는 사실상 진단서 없이는 불가능해 의사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병역비리 근절을 위한 의사 본인의 윤리의식에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