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병·임신성 당뇨 '연속혈당검사' 급여 배제
의학계 권고 불구 수가 신설 '무산'···괴리감 줄일 '근거·연구 확보' 시급
2022.10.19 05:58 댓글쓰기

[기획 중] 만성질환 관리 새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연속혈당측정검사와 관련한 수가가 지난 8월 급여 문턱을 넘었다. 1형 당뇨병 환자가 보유한 연속혈당측정기(CGM)에 대한 상담, 사용법 교육, 일정기간 사용 후 내원해 판독하는 행위 등에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된지 약 2달이 흘렀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CGM 관련 수가가 없어 ‘교육·상담을 하고 싶어도 못 해주던’ 상황은 개선됐지만 기대감이 컸던 임상 현장은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신설된 수가가 여전히 낮게 책정돼 있고, 일부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형 당뇨병·임신성 당뇨병 등 학계에서 CGM 활용이 권고되지만 급여 항목에서는 철저히 배제돼, 환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CGM을 둘러싼 의료계 시각과 현황 등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신설된 1형 당뇨병 환자의 CGM 상담·교육·판독 수가 적용은 ‘절반의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2형 당뇨병과 임신성 당뇨병 환자의 활발한 CGM 활용은 당분간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외 학계 등 의료진은 해당 환자들의 CGM 활용 효과·필요성을 권고하면서 환자들의 기대는 높아졌지만 수가 신설이 불발되면서 괴리감만 키운 모습이다. 


CGM 보험수가가 신설된 1형 당뇨병과 그렇지 못한 2형 당뇨병, 임신성 당뇨병은 어떻게 다를까. 


각각 발병 원인과 치료·관리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CGM을 활용했을 때 체계적인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다고 권고되는 점은 같다. 


2형·임신성 당뇨병, 1형과 뭐가 달라 적용 안되나 


우선 소아 당뇨로 불리는 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경우로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다. 


2형 당뇨병은 비만·식습관·운동부족 등에서 비롯되는 성인 당뇨로, 대부분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면 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태반 호르몬 증가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거대아 출산, 난산·조산·유산 등의 위험이 있어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한 혈당 조절이 중요하고, 조절이 안 되면 인슐린 치료를 한다. 


세 질병 모두 경우에 따라서는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셈인데, 이는 급격한 혈당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조절이 필요하다.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CGM의 기능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지점이다.


1형 당뇨병 환자 수는 2형 당뇨병 환자 수 보다 극히 적지만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혈당 측정도 필수다. 


반면 2형 당뇨병은 심하지 않다면 인슐린을 쓰지 않고 경구용 항당뇨병제를 먹거나, 생활 습관을 교정하게 된다. 임신성 당뇨병의 경우도 관리가 우선이다. 


약물 조절 뿐 아니라 이 생활 습관 교정·관리 면에서도 CGM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권고가 학계와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CGM 활용 범위 넓히는 학계···아직 제한적인 국내 권고 


미국내분비학회는 금년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당뇨병 1형, 2형 등 유형에 관계없이 환자가 사용할 의향이 있다면 CGM을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특히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화혈색소 수치가 7% 이상이면서 CGM을 사용하고 싶어한다면 단기 또는 간헐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당뇨병학회도 지난해 가이드라인에서 “나이 또는 당뇨병 유형과 관계없이 다회인슐린요법을 받는 환자에게 CGM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환자 혈당 패턴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교육훈련이 병행되면 혈당관리가 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미국당뇨병학회는 전망했다. 


우리나라 당뇨병학회도 CGM의 활용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진료지침에서 1형 당뇨병 환자에게 CGM 사용을 권장했다. 


2형 당뇨병은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을 받는 환자, 다른 형태의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 경구용 항당뇨병제를 먹는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권고했다. 


국내 만성질환 전문 의사들은 수가 부재로 활용 여건이 마땅찮을 뿐, 대체로 2형 당뇨병에 있어 CGM 활용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조재형 가톨릭의대 내과 교수는 금년도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사망률과 연관이 큰 2형 당뇨병에서의 혈당 변동성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CGM으로 행동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 된다’로 부족, ‘유의한 효과’ 연구 결과 도출 필요 


‘CGM이 당뇨환자 생활습관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많지만 아직까지 ‘CGM을 써서 2형 당뇨병 증상을 유의하게 낮추고 안정적이다’는 연구 근거는 부족했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이는 이번 수가 신설 불발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2024년까지 2형 당뇨병과 임신성 당뇨병 환자 치료용 CGM 급여를 순차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사이 타당성과 근거를 입증할 연구가 쏟아져 나올지 주목된다. 


최근 서울대병원 조영민·상계백병원 원종철·강북삼성병원 이은정 교수 연구팀은 2형 당뇨병 환자 식습관 개선 알고리즘을 개발, CGM과의 시너지 효과 및 습관교정 중요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인가’, ‘이를 먹고 혈당이 많이 올랐는가’ 단 2가지 항목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2형 당뇨환자 126명을 CGM 사용군과 비사용군으로 나눴다. 


그 결과, CGM군(-0.6%)이 비사용군(-0.1%)보다 평균 당화혈색소 수치 감소폭이 컸고 혈당조절 목표치인 당화혈색소 7% 미만에 도달한 비율도 CGM군(24.1%)이 대조군(8.1%)보다 높았다. 


의료진 뿐 아니라 CGM을 개발한 글로벌 의료기기사들도 임상 결과를 내놓고 있다. 


대웅제약이 국내 판매 중인 CGM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개발한 애보트는 프랑스 개원가 연구진이 2형 당뇨병 환자와 CGM의 연관성을 후향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2017년 초부터 이듬해 말까지 프랑스에서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을 받으며 CGM을 처방받은 환자 중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진은 급성 당뇨병 사건에 따른 입원 위험을 살폈다. 


그 결과, CGM을 사용하기 전 환자들의 2.01%는 급성 당뇨병 사건으로 입원했다. CGM 사용 1년 후에는 0.75%로, 2년 후 0.6%로 그 비중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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