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개편 '파장'…제약단지 이어 '노총' 가세
R&D 축소·고용 충격 우려, 제약업계 첫 현장 반발…연대 투쟁 추이 주목
2026.02.02 11:15 댓글쓰기

정부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산업계 우려가 노동계까지 번지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을 비롯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민주제약노총) 등 노동계 핵심 단체에서도 정부 개편안에 부당함에 힘을 싣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민주제약노총)은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전 논의 없이 강행되는 약가인하 정책은 수만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고 산업을 붕괴시키는 명백한 노동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제약노총은 성명서 발표와 함께 탄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가 열리는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피켓시위를 단행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파동 이후 13년 만에 대규모 투쟁이 예고되면서 산업·노동계와 정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계와 노동계 측 주장 핵심은 정부 약가 개편안이 곧바로 R&D 축소·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은 고용 충격, 즉 일자리를 압박하는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와 햑남제약단지 노동자들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최진호 기자

생산 최일선 향남제약단지 "정부 일방 추진…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 약가인하 정책을 두고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경기 화성 향남제약단지에서 노사 합동 현장 간담회를 열어 정부 정책을 규탄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비대위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노조위원장단, 향남제약단지 입주기업 대표 및 공장장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향남 간담회는 약가인하가 현장·고용·공급망 이슈 구체화의 분기점이 됐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노연홍 회장은 "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산업 기반 약화, 일자리 축소,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향남제약단지는 중소·중견사가 밀집해 있어 "경영 환경 급변이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를 압박했다.


향남제약단지 자체가 제약 산업의 '상징적인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향남제약단지는 36개 기업, 39개 사업장, 약 4,800명 근무로 국내 최대급 생산 거점으로 소개된다.


즉, '약가'를 단순히 보험 재정의 숫자 문제가 아니라 보건안보(필수의약품)·일자리·지역경제로 치환해 프레임을 넓히는 전략이 작동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향남제약단지는 지난 40여 년간 국내 의약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며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보건안보 최전선 역할을 해왔다”면서 “규제 중심 접근이 아니라 산업 육성 관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민주제약노조 약가제도 개편 관련 피케팅 현장. ⓒ 한국민주제약노조
국내 주요 노총도 ‘전면’ 나서…약가 인하=고용 리스크


향남제약단지 노사 합동 간담회 이후 비대위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공동 대응을 공식화했다. 기업 중심 손익을 넘어 노동시장 충격으로 논쟁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비대위는 지난 1월 27일에 한국노총을 찾아 면담하고 약가인하가 산업과 노동시장에 미칠 파장에 의견을 공유했다.


이어서 28일에는 또 다른 노동계 단체인 한국민주제약노총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약가인하 정책을 정면 규탄하는 등 주요 노총 중심으로 약가제도 개선안에 대한 우려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 한국법인 노조가 다수 속한 민주제약노총은 건정심 회의를 전후로 피켓 시위를 예고·진행하며 약가 인하가 외자사 조직에도 구조조정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제약산업 종사자 약 12만명 중 1만4000명 이상 일자리가 감소하고 연간 최대 3조 6000억원 규모 매출 감소 우려도 나온다.


이들 노총은 정부를 향해 ▲일방적 약가 인하 추진 중단 ▲제약산업 고용 안정 보장 ▲보건안보를 책임지는 제약산업 적극 육성을 촉구했다.


민주제약노총 관계자는 "약가인하는 노동자 임금 삭감, 인건비 절감, 무차벌적 구조조정으로 직결된다"면서 "이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침탈하는 행위로 결코 죄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라며 "제약 노동자, 환자,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와 실질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가보다 '혁신 구조 개편'이라는 정부…개선안 변화 촉각


정부는 최근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개편 핵심을 혁신적 시장 구조 개편으로 설명하는 모습이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지속 가능한 제약 생태계 조성'에 있음을 강조하며 "고가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산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전체 약제비를 줄이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며 "재정을 효율화해 그 재원을 신약 등재와 필수의약품 공급망 강화에 재투자하려는 '구조적 전환'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산업계 고충에 대해서는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면서 "혁신적인 생태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만, 한국 제네릭 약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며 성분당 100개가 넘는 품목이 난립하고 있다"면서 "기계적으로 해외 수치를 대입해 약가를 깎지 않고 전문가, 협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 주도의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심의를 마친 뒤 오는 7월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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