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전국 수련병원 '예비전공의 모집' 경쟁 후끈
[기획2] 기피과 벌써 참담…옥죄기 정책 '전공의 확보' 요원
[구교윤·최진호 기자/기획 3] 대학병원 교수들의 유례없는 이탈 현상이 전공의 모집 판도를 뒤흔들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배울 사람'도 구하기 힘든 마당에 '가르칠 사람'마저 떠나면서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년째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기피과의 경우 수련환경 질(質) 하락을 피하지 못해 후학 양성은커녕 진료과 운영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번아웃(Burnout)에 병원 떠나는 교수들…개원으로 전향
본지 취재 결과 대학병원 교수 이탈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A교수는 "교수들 이탈은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비인기과의 경우 진료과 운영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이탈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진료와 연구, 교육 등 수행 업무가 과도하게 많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한 B원장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교수가 됐지만 전공의 시절 담당하던 업무를 그대로 떠안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근무환경에 소득까지 낮다 보니 병원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병원에서는 교수에게 월 수입을 고지하고 진료 패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교수 타이틀을 지키는 게 무슨 명예겠냐"고 반문했다.
교수 이탈 여파로 수련중단 위기…수급에도 차질
교수들의 이탈 문제는 이른바 '빅5'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전임의 등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7명이 줄줄이 사직서를 내면서 병원계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들 모두 병원 내 핵심인력이었으나 타 대학병원 이직 없이 모두 개원가로 향했다.
문제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탈 현상은 지방 병원들의 인력 문제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탁의, 진료의 등 계약직 의사는 2019년 427명에서 올해 6월 기준 672명으로 57.4% 급증했다.
지방 대학병원 교수 이탈에 국립대병원에서 계약직 의사가 급증하고 있다. 전임교수를 구하지 못한 국립대병원들은 그 빈자리를 촉탁의 등 계약직 의사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교수들 사직은 수련환경 질(質)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유능한 교수들의 이탈은 환자 치료기회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전공의 진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인력들의 업무 가중을 야기해 이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 대학병원 C교수는 "교수가 없으면 전공의 배움의 기회가 줄어들고 전공의 자체를 뽑을 수 없다"며 "들어오는 사람은 적은데 나가는 사람이 많으니 일부 병원은 수련 중단 위기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C교수는 특히 "곧 환갑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2~3일은 당직을 서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며 과연 어떤 전공의가 희망을 보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반의만 되더라도 미용의료로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남아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학병원 교수 '자긍심' 키울 근무 여건 필요
교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물질적 보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들 교수는 "교수로서 자긍심을 지킬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대학병원 D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의와 수입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과로를 당연시 하는 인식이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D교수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면서 교수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지만 오히려 존경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며 "이러다 보니 사명감도 약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과거에는 의료분쟁 발생시 병원이 책임을 졌지만 이제는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도 한다"며 "이런 사례를 접하면서 교수로서 명예를 지키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와 연구, 교육 어느 한 가지도 집중하기 힘든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며 "조직 구성원으로 일하는 교수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