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어 퇴원한 환자가 귀가 직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과실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는 뇌출혈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 A씨 배우자가 학교법인 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는 서울 중구 소재 B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환자 A씨는 2016년 12월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대변잠혈반응검사 상 양성 소견이 관찰되자 2017년 1월 2일 B병원 내과 외래에 내원했다,
검사 결과 혈중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3mg/dl로 정상치보다 높게 측정돼 고지혈증 약물을 처방받고, 이후 복부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키로 했다.
약 2주일 뒤 A씨는 대장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돼 내시경적 점막절제술 및 용종제거술을 시행하고 경과관찰을 위해 하루 입원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다음날 퇴원했다.
하지만 퇴원 후 저녁 간헐적 두통을 느끼던 A씨는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 구급차를 타고 B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뇌(腦) CT혈관조영술 결과, 의료진은 A씨에게 다량의 뇌출혈 및 뇌부종, 심한 뇌압상승에 의한 정중선 편위 및 뇌 탈출증 등을 확인했다.
이들은 A씨에게 응급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CT 촬영 후 약 1시간 뒤 수술을 시작했다.
A씨는 수술 이후 B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인근 요양병원으로 전원됐으며,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환자측 “고혈압‧고지혈증‧가족력 등 있었지만 병원 뇌출혈 의심없이 퇴원 조치”
이에 A씨 배우자는 사망 원인에 의료진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B병원을 운영하던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기존에 고지혈증을 진단받았고 뇌혈관기형의 가족력이 있을 뿐 아니라 검사 결과 고혈압이 있었지만, 병원이 뇌동맥류 파열 및 뇌출혈을 의심해보지 않고 퇴원 조치했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은 “A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위한 탈의 도중 실신했지만 방치되는 일도 있었다”며 “입원 당시에는 혈압이 160까지 오르고 입원 도중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했지만 병원은 퇴원 조치시켰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원고는 ▲기관삽관 지연 ▲혈압강하제를 투여하지 않은 투약상 과실 ▲응급상황에서 뇌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만니톨 미투여 및 뇌실액 배액술 미시행 ▲설명의무 위반 등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혈압 측정 결과 수축기 기준 134, 158 등으로 나왔지만 혈압은 불안이나 긴장 등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고혈압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 측이 주장하는 탈의실 실신 후 방치 여부나 A씨의 지속적인 두통 주장 등은 진술 이외에 근거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가족력 역시 대장내시경 검사 전 필수 문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용종을 제거한 후 A씨를 하루 입원시켜 경과를 관찰한 점은 적절한 조치”라며 “대장내시경 검사 후 합병증이 없던 환자에서 다음 날 뇌출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