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3년 간 한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에서 이용자 대다수가 본인 거주지역이 아닌 타 지역, 특히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개원가에서는 "지금도 상급종합병원이 1차의료기관이 볼 수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비대면진료 주체를 정하지 않으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다"고 우려한대로 실제로도 비대면진료를 통해 동네의원보다는 타 지역 의료기관을 더 쉽게 찾는 경향이 나타난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기관 소재지별-환자 주소지별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를 16일 공개했다.
공단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말까지 시행된 비대면진료 3414만 건 중 환자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는 건을 제외한 총 3367만 건을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대상 비대면진료의 경우 주소 밖 의료기관 진료 비율이 평균 7%(2678만건 중 178만건)이었으며, 일반 환자는 세배 많은 21%(689만건 중 147만건)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코로나19 환자의 주소지 외 진료비율은 ▲세종 14% ▲인천·충북·충남 8% ▲서울·경기·강원 7% ▲대전 6% ▲대구·울산 5% ▲부산 4% 등이었다.
일반진료의 경우 대다수 지역이 두자릿수 비율을 훌쩍 넘었는데, 전남이 41%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원 32%, 충남·경북 29%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환자들이 지역 내 의사를 찾지 않고, 타지에 있는 의료기관 의사와 비대면 진료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건수로만 보면 대부분의 시·도에서 지역 내 비대면진료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받은 비대면진료 건수가 가장 많아 쏠림 현상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신현영 의원은 “감염병 시기에 활용한 비대면진료 또한 진료 목적과 대상에 따라 의료이용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를 위해 기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동네의원 접근성 제고를 위한 비대면진료와 원격의료 목적의 비대면진료 활용가치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 피부과 등 서울·경기 대다수
한편 비대면 진료 총 건수를 살펴보면 진료과에 상관 없이 서울·경기에서 다수 일어났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많아서기도 하지만 피부과, 비뇨의학과의 경우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신현영 의원이 2020년 2월부터 2022년 9월 말까지 피부과, 비뇨의학과에서 제공된 자료를 심평원으로부터 받아 분석한 결과, 피부과에서 총 2만3673건, 비뇨의학과에서 15만171건의 비대면진료가 진행됐다.
피부과 비대면진료 중 무러 61%에 해당하는 1만4453건은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이뤄졌으며, 비뇨의학과 비대면진료 중 24%인 3만6675건은 서울에서, 4만3652건 (29%)은 경기에서 시행됐다.
이용 의료기관 종별는 ▲피부과 의원 1만3049건(55%), 상급종합병원 5265건(22%) 등 ▲비뇨의학과 의원 9만799건(60%), 종합병원 2만4648건(16%) 순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의원은 “피부과 비대면진료의 상당수가 2040대를 대상으로 서울소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어났고, 비뇨의학과의 비대면진료는 주로 5070대를 대상으로 수도권 의원에서 재진진료가 다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과목별 비대면진료 데이터 분석은 제도 설계에 있어 주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의료의 접근성 강화 및 지속적인 의료제공을 위해 진료과목별 비대면진료의 활용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