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법정行 가천·성대·울산의대 등 교수들
관련법 개정 불구 협력병원 교수 지위·국고 환수 ‘난항’…교육부와 팽팽
2014.04.09 19:04 댓글쓰기

을지대 사태에서 비롯된 협력병원 교수 신분 문제가 대법원 판결과 관련법 개정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일부 대학이 국고 환수에 반발하면서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로 교육당국과 협력병원간 평행선 행보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협력병원 교수 사태를 짚어본다.

 

협력병원 교수 사안의 발단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지금의 교육부는 을지대에 대한 회계감사를 통해 의료법인 을지병원의 전문의를 대학 전임교원으로 임용한 사항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병원 전문의를 전임교원으로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에서 근무토록 하거나 겸임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처분을 내렸으나 대학은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11년 10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교육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교원 지위가 위태위태하게 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파견 전문의가 일부 임상교육 업무를 수행하고 있더라도 주 업무는 외래 환자 진료에 있는 것으로 보여 고등교육법상 전임교원의 실질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을지대에서 시작된 교수 지위 문제는 관련 사립대 의과대학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게 된다. 여기에 감사원까지 가세하면서 협력병원을 두고 있는 의대들은 수세에 몰렸다.


을지대와 함께 협력병원 교수 문제를 갖고 있던 곳은 가천대, 관동대, 성균관대, 울산대, 차의과대, 한림대다.

 

감사원은 교육부에 “전국 14개 협력병원 재직 의사 1800여명을 교수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전임교원 임용 계약을 해지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협력병원 의사에게 부담하게 된 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정산해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 역시 마련하라”고 지시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하지만 병원 측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사이 교육당국이 협력병원 교수 지위 문제는 법적 미비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 결과, 극적으로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일단락 됐다.


지난 2012년 7월 사립대 의과대학 교수의 협력병원 겸직을 인정하는 사립학교법이 시행됨에 따라 교수 지위 박탈이라는 신분상 문제가 매듭지어 지게 된 것이다. 다만 무분별한 겸직을 방지하도록 겸직교수 허가 범위 기준을 별도로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병원 교수들이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의신청·행정심판 모두 기각 불구 소송 돌입”


협력병원 교수들의 신분상 문제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마무리됐으나 또 하나의 거대한 산과 마주했다.

교육부는 관련법 개정과 별도로 대법원 판결과 감사원 지적 사항에 따라 해당 대학들에게 계약 문제와 연금 환수 등의 해결책을 담은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했으나 7개 대학은 모두 이에 불응했다.


당시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만들어졌으나 그것은 앞으로 적용될 부분일 뿐 과거 위법적인 부분을 소멸시켜준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면서 국고 환수 의지를 피력했다.


대학들은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서 “환수 조치에 응하더라도 또다시 일각에서 문제제기를 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계속 남게 된다”며 반발했다.


해당 대학들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심판에까지 호소하기에 이른다. 당사자격인 을지대는 국고 환수를 이행했고, 관동대를 제외한 가천대, 성균관대, 울산대, 차의과대, 한림대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 기각 판단을 내림으로써 5개 대학은 국고 환수 이행과 소송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을 두고 소송에 돌입한다는 부담감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재차 법정행을 택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및 교수 증언’ 등 총동원


대법원 판결로 끝날 줄만 알았던 협력병원 교수 문제가 2013년 7월 다시금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지난 해 7월 5개 대학은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임용 계약해지 요구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동으로 소(訴)를 제기했다.

교수들은 의학교육의 현실과 입법 사이의 괴리, 사립학교법 개정 전 시기의 불안정한 신분상 문제와 국고 환수 부분 등 사안 전반에 대해 마지막으로 짚어보겠다는 각오다.


대학 측 변호사는 소송 시작 당시 “약 2000명의 병원 교수들의 신분이 걸린 문제”라면서 “지금까지의 경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해 현장 실태를 전달하는 등 교육부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본안 소송과 더불어 우선적으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관련 법령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처럼 법적 다툼이 본격화된 가운데 해당 병원 의사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의학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전달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A의대 교수는 “법적인 부분과 함께 협력병원에 대한 정의와 그 역할에 대한 정립이 다소 모호해 벌어진 일”이라면서 “의학교육의 현실을 부정하려는 교육당국 처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B의대 보직교수는 “국고 환수를 이행하고 끝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있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도, 대학 본부도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워했다.


실제 지난 3월 초 열린 공판에서도 임상교원이 직접 법정에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길병원 정욱진 교수는 “가천의대 교수직을 역임하면서 길병원 겸직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하버드대 역시 부속병원이 없고 17개 병원 모두가 협력병원이다. 협력병원 교수들이 겸직을 통해 의대생들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 처분대로라면 지금껏 겸직 임상교원들을 통해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받은 의대생들은 학위가 무효화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교육부 처분이 인정된다면 향후 의료대란이 일어나는 등 파장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에서 대학들이 지게 될 경우 국고 환수 이행은 물론 개정 사립학교법이 적용되기 이전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재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 협력·교육병원 기준 마련 움직임


한편, 의학계에서는 무분별한 겸직교수 남발과 부실의대 양산 등 협력병원의 부작용을 막고자 평가인증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협력병원 관련 법망을 교묘히 이용함에 따라 부실 교육이 양산되는 사례가 생겨났으며 교육 경험이 없는 전임교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에서 수행한 이번 연구는 협력·교육병원 지정에 관한 평가인증을 통해 교육, 연구능력,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임상의학 교육과 전문의 질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의평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겸직교수 남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협력·교육병원의 사회적 책무성을 높이면서 임상교원 직능을 강화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말 공청회에서 발표된 안에 따르면 평가인증 유형은 인증(4년), 불인증, 인증철회 등으로 구분하며, 서면 및 방문평가 등 동료평가 방식을 띈다.


영역별 기준안에서는 협력·교육병원이 갖춰야 할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운영체계, 교육프로그램, 교육자원, 교수개발체계, 지역사회와 국제교류 등 5개 영역 28개 항목을 마련했다.


특히 의료기관 인증을 비롯 각종 평가 모델이 있는 상황에서 중복 규제로 작용해선 안 될 것이며, 협력·교육병원의 명확한 정의와 방향성 정립이 전제돼야 할 것이란 의견도 첨언됐다.


C의대 교수는 “현재 협력·교육병원의 모습이 너무 다양하다”면서 “협력병원 의사의 의대 전임교수 불인정 사안과 부실 교육, 학생 교육 경험이 없는 교수 등 문제점 역시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들을 잘 반영·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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