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를 비롯해 규제 기요틴, 저수가 등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의료계에서 ‘능력’과 ‘인품’을 두루 갖춘 리더를 선택,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의사회를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고 민초의사들의 마음도 세심하게 헤아려야하기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당선인을 비롯해 서울시의사회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뽑힌 김숙희 당선인 등 의료계에 새인물이 대거 등장했다. 의료계는 새로운 기대감을 피력하지만 일부 시도의사회장은 암울한 현실을 재차 환기시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의료계의 현 주소를 그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이들의 당선 소회와 포부를 담았다.
▲추무진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서울의대 졸업)
화합과 안정을 내세운 추 당선자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임기는 2015년 5월 1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 3년이다.
추 당선인은 “의협 내부 갈등을 해소해 의료계 대화합 기틀을 다지고 보건의료 기요틴 등 의사를 옥죄는 악법에 대응하는 등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회원들이 다시 중책을 맡겼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추 당선인은 “연속성을 가지고 회무에 임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불합리한 의료체계를 개선해 환자 건강을 위한 진료권과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용인시의사회 회장,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순천향대학교 및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메디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을 거쳐 제38대 의협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고대의대 졸업, 김숙희산부인과)
김 회장은 첫 여성 서울시의사회장 탄생 여부를 두고 일찌감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올해는 서울시의사회 창립 100년을 맞은 해로 여성으로서 첫 출사표를 던져 당당하게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간절히 원하는 정책 과제들은 임기가 시작되는 대로 모두 실현하겠다”면서 “잘못하면 여러분들이 책임을 지셔야 한다. 3년동안 본인에게 항상 충고해주고 조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1978년 고대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지난 2000년 의권투쟁 당시 관악구의사회 의쟁투 부위원장을 시작, 관악구의사회장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또한 대한산부인과학회 부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한국여자의사회 정보통신이사·공보이사·50년사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에는 대한의학회 홍보이사로 발탁된 바 있다.
▲경기도의사회 현병기 회장(경희의대 졸업, 현안과의원)
현병기 회장은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겸허하고 충직하게 회원들과 동고동락하고 봉사하겠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이제부터 불협화음을 화음으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회장은 “경기도의사회를 이끌어가는 선장으로서 현재 우리들의 좌표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오로지 회원들의 권익과 국민건강 및 국가발전 3박자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강원도의사회 신해철 회장(연임)(연세의대 졸업, 신해철신경외과의원)
신해철 회장은 “이번 선거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의협 신고회원 수가 10만명이 넘는데도 2년 연속 회비를 낸 사람이 4만4414명밖에 안 된다”며 “1만378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를 전체 신고회원 수에 대비하면 약 10명 중 1명꼴”이라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갈수록 존재감이 약해지고 위상이 초라해지는 의협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처지와 비슷하다”며 “새로운 의협 회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의료계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천시의사회 이광래 회장(전남의대 졸업, 이광래내과의원)
이광래 회장은 “의료계는 그야말로 마른 수건이다. 짜도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 전공의 수련환경과 관련해 대형병원도 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다고 살인적 환경에 있는 전공의 문제를 덮어둘 수만은 없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 회장은 “새롭게 선출된 추무진 회장이 냉철한 판단력을 지녀주길 바란다”면서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면 회원들도 추 회장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실손보험 문제, 규제기요틴 등 해결책 마련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시의사회 송병두 회장(충남의대, 오케이재활의학과의원)
전국에서 가장 많은 4명의 후보가 출마, 3차까지 가는 투표를 거쳐 당선된 송병두 회장은 “어렵게 당선된 만큼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젊은 의사들의 회무 참여를 늘려 젊은 집행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 회장은 “그 동안 의사들이 의료 현안에 대해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수세에 몰리곤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선제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일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의사회 박상문 회장(충남의대 졸업, 천안쌍용메디컬의원)
박 회장은 “충남의사회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회비 납부율을 일방적으로 제고하라기보다는 수익사업 지정사업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이루는데 집중하고 자발적으로 회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충북도의사회 조원일 회장(가톨릭의대 졸업, 청주병원)
조원일 회장은 이번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대의원 만장일치로 선출된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조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존경하는 전임 회장과 선배들의 뜻을 이어가겠다”며 “소통하는 회장으로서 회원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의사회 박성민 회장(경북의대 졸업, 동서자애신경외과내과연합의원)
박성민 회장은 “원격의료, 규제 기요틴 등 정부의 보건정책은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악화된다면 의약분업 당시 파업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박 회장은 “이같이 어려운 시점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할 것은 단합된 힘 밖에 없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임기 내 소통과 화합을 이뤄내 집행부와 회원 모두가 주인의식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의사회 김재왕 회장(경북의대 졸업, 김재왕내과의원)
김재왕 회장은 “반복되는 의권투쟁 과정에서 갈래갈래 찢어진 분열과 냉소, 질시와 무관심으로 의료계는 무기력해져 있다”며 “그럼에도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점점 멀어져가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 회장은 “이런 때일 수록 서로가 한 배를 타고 운명을 같이하는 동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올바른 정보와 의료정책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것은 책무다. 의사의 전문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부산시의사회 양만석 회장(부산의대 졸업, 양만석내과의원)
양만석 회장은 “부산시의사회는 회원이 주인이다. 주인에게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면서 “본인을 비록 선택하지 않은 회원들이라도 그들이 감동할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회무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양 회장은 “지난해 의협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을 때 부산시의사회가 버팀목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 회무 수행 경험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만큼 앞으로 회원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사회 변태섭 회장(인제의대 졸업, 한마음신경외과의원)
변태섭 회장은 “그 동안 의사들은 저수가와 심각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도 항상 리베이트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며 “또 부당·부정 청구만을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당해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성토했다.
변 회장은 “부당 삭감, 무분별한 실사, 무리한 행정단속 등 회원들이 조금의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회원들과 전향적 수평 소통에 매진하고 추무진 회장의 정책 방향에 협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연임)(부산의대 졸업, CNA서울아동병원)
박양동 회장은 “작금의 의료계는 여러 폐해가 극에 달해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각종 규제로 힘들어하는 의사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중요한 것은 의료정책은 의료인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료전달체계 등 큰 틀에서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의료계에 미래는 없다”면서 “향후 정책에서 의견 갈림없이 함께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주형 회장(연임)(전북의대, 해맑은연합소아청소년과)
김주형 회장은 “연임을 통해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대의원과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새 임기 동안 올바른 의료 서비스 체계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의협 추무진 회장을 중심으로 전체 의료계가 단합해야 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등 불합리한 정책을 막을 수 있다”며 “전북의사회는 의협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관심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시의사회 홍경표 회장(전남의대 졸업, 홍경표내과의원)
홍경표 회장은 “유래없는 파업 투쟁과 수많은 궐기대회를 거치면서도 좌절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회원의 의무를 방기한 채 비판의 칼날만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소모적인 행위인지 분명히 경험했다”고 진단했다.
홍 회장은 “의료계 정치세력화는 단순히 의사 정치인을 배출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민주·평화·인권 도시인 광주시의사회가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의사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의사회 이필수 회장(전남의대 졸업, 이필수외과)
이필수 회장은 “진료에만 충실해야 할 의사들이 건보공단·심평원·국세청은 물론 의료사고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든 회원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24시간 휴대폰을 열어 놓고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최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의료계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대의원 직선제로 민초의사의 의견이 반영된 대의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민주적 의사결정구조가 마련돼야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개혁의 당위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