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201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어야 할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윤곽이 안갯 속이다.
지난 3월 20일 제39대 회장으로 당선된 추무진 회장의 첫 시험대가 될 의원급 수가협상이 다가오고 있지만 캐비넷 구성 자체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일정대로라면 협상단을 꾸려 본격적인 내부 준비에 들어가는게 일반적이지만 인선 작업이 오리무중이어서 수가협상 준비가 예년과 비교했을 때 다소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당장 건강보험공단은 10일 실무진 간담회를 거친 후 의협 등 6개 의약단체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보통 이 시기를 즈음해 연구결과 및 근거자료를 토대로 수가협상단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차기 집행부 명단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 이 역시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사실 의협은 3만여 의원급 의료기관의 내년도 살림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뤄낸 성과를 두고선 갖가지 시선이 엇갈리면서 그 동안은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셈이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추 회장이 '보궐' 회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번 수가협상에서 선방한다면 그 자체가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 회장이 처음부터 캐비넷 구성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26일 정기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 전에는 마무리되지 않겠나. 혼란이나 착오없이 회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협 안팎에서는 현 상임진에 대한 추 회장의 평가에 따라 개혁 폭이 커지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가 하면, 새로운 인물 부족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 제37대 노환규 집행부에서부터 제38대 집행부를 거쳐 재선에 성공한 추 회장과 함께 회무를 수행해 온 강청희 상근부회장 등의 잔류 여부다.
이번 제39대 집행부 합류가 유력시 됐지만 최종 추무진號 승선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의원급 수가 자존심 지킬까
그 가운데 실무진 간담회가 진행되면 건보공단과 의약단체 간 수가협상은 본 궤도에 오른다. 통상적으로 의협 협상단은 협상 단장과 보험이사, 시도회장단 1인, 개원의협의회 1인으로 구성된다.
현재 의협의 경우, 협상단은 물론 상임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수가협상과 기존 과정 등을 고려할 때 큰 틀에서 접근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5년 수가협상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3.1%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우선, 올해 수가협상 테이블에서 대전제는 건보공단에 추가 소요 재정 폭을 처음부터 요청한다는 대목. 이는 비단 의원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근 개최된 공급자단체 워크숍에서 중지가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의협 관계자는 "추가 재정 폭을 알 수 없어 협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인상률 폭 제시를 반드시 촉구하겠다"며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협상 구조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이번 협상에 나서기에 앞서 무작정 '떼쓰기'가 아닌 의료제도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즉 협상의 일정한 원칙을 반드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수가협상 결렬시 건보공단에 대한 패널티가 없다는 점에 주목, 일방적으로 공급자에게만 적용되는 패널티는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는 방침이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의 기저에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재정운영위원회는 의료계로선 눈엣가시다. 결정력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수가협상에 있어 인상 폭을 포함,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며 "건강보험정책 확대에 대한 인상 및 의료공급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치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의원급 몫은 줄고, 개원의 수는 늘고"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지는 이미 오래"라면서 "건강보험정책 급여 확대에 일차의료기관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의료비 점유율은 감소하나 개원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즉, 왜곡된 현 주소는 바로미터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요양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 및 입원·외래 환자 진료비 현황'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 점유율은 2004년 35.6%에서 2013년 28.3%로 감소했다.
의원의 외래환자 진료비 점유율도 2004년 71%에서 2013년 62.2%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의과대학 설립이 급격히 증가해 41개 의대에서 매년 3500명의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여기에 심평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831곳 의원이 개원하고, 1536곳이 폐업했다. 동네의원 10개가 개원하는 사이 8개는 문을 닫고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수가협상과 관련, "2013년 대비 2014년 건강보험 점유 증가율이 더욱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민들의 건강방패막인 일차의료기관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복지부는 다양한 정책을 수입하고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병원종별 입장차 좁혀지지 않았다"며 "건보공단 곳간이 12조원을 훨씬 웃돌 정도로 사상 최대 흑자인 시기에 일차의료기관을 살려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늘려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