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병원계 ‘감성경영’의 대표주자로 인식돼 온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향후 행정조직 수장으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움을 통해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직원들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감성행정’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석은 정진엽 내정자가 5년 간 분당서울대병원을 이끌면서 보여 준 그만의 경영스타일에 기인한다.
실제 정 내정자는 2008년 첫 병원장에 취임한 직후 엄격하고 경직된 CEO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감성경영을 실천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고충상담 등 정신건강관리를 위해 두드림(DoDream)이라는 직원 상담실을 개설하고, 개인 e-mail을 통해 직원과 핫라인을 연결했다.
또 ‘샤방샤방’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인사법을 고안해 직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섰고, 매월 호프데이를 통해 부서 직원들과 호흡을 시도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나이트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 직접 산타 복장을 하고 케잌을 나눠준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정진엽 내정자의 이러한 ‘감성경영’의 근간은 유명한 경영서적이 아닌 대기업 사장을 지낸 친형들의 영향이 컸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그는 경영의 ‘경’자도 몰랐던 천상 의학자였다. 막상 분당에서 각종 보직을 맡으며 부랴부랴 경영 공부를 시작했다.
이 때 동아건설 해외부문 사장을 역임하며 리비아대수로 공사를 따온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둘째 형과 국내에 베스킨라빈스와 스타벅스를 도입한 셋째 형의 도움을 받았다.
정진엽 내정자 역시 “두 분이 제 경영 멘토”라며 “형들로부터 고객 감동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고, 그게 감성경영의 근간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경영력을 인정받아 분당서울대병원 역사상 첫 3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보건복지부’라는 행정조직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병원’이라는 단일조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게 병원장의 임무라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5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는 정부부처 수장인 만큼 무게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행정고시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는 관료사회에서 의사 출신 장관이 얼마나 소신껏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청와대와의 꾸준한 호흡과 국회라는 감시기관과의 관계 설정도 필요한 자리인 만큼 그 동안 병원장으로 보여준 경영력을 넘어 선 행정력, 나아가 정치력까지 요구되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감성행정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정책적 측면에서는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취임 후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