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목 개명 10년을 맞은 대한마취과학회가 그동안 끌어왔던 학회명 변경 논의를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한마취과학회(이사장 박종민)는 오는 10일까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학회명칭 개명(안) 의견 수렴을 위한 전자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가 마취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로 개명된지 10년이 되는 해인 만큼 개명 여부에 대한 중지를 다시 한번 모을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마취과의 경우 1999년 전문과목 명칭 변경에 대한 여론을 수렴, 대한의학회 상임이사회 및 보건복지부 승인을 거쳐 2002년 ‘마취통증의학과’로 변경됐다. 2004년부터는 입법 절차 후 전문의 자격증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회 명칭은 10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일부 혼동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회 측은 “전문과목 명칭과 학회 명칭이 일치하지 않아 외부 기관 및 일반시민에게 혼동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마취과학회에서 ‘마취통증의학(학)회’로 통일해 혼선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던 사안인 만큼 전체 정회원들의 의견을 묻고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다.
박종민 이사장은 “그동안 이사회 등에서 설왕설래하느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때문에 전체 정회원의 의견을 수렴, 결과를 보고 평의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진료과명도 변경된 지 오래여서 개명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나 통증 쪽을 하지 않는 의사들의 경우 굳이 개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이 사안은 아주 중차대한 일이므로 집행부에서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면서 “여론조사가 마무리돼 평의원회에 올라가면 찬반토론을 통해 의결해야 한다. 이후에도 대한의학회의 심사 과정이 남아있는 등 개명 절차가 만만치 않다”고 언급했다.
절차 상의 어려움이 있긴 하나 개명이 이뤄진다면 학회 내부 분위기 쇄신 등 변화를 도모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진료과목 및 학회명 변경 트랜드…“이미지 쇄신 등 효과↑”마취과의 경우 과거 진료과목명 변경의 스타트를 끊은 격이나 마찬가지로, 학회명 개명으로 인한 영역 확장 등에 대한 기대치는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진료과목ㆍ학회명 변경은 의료계에서 하나의 트랜드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벌써 방사선과→영상의학과, 소아과→소아청소년과, 신경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산업의학과→직업환경의학과 등 개명작업이 이뤄졌으며 정형외과 역시 정형의학과로 명칭 변경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진료과명 변경과 더불어 학회명까지 바꾼 사례가 있는 반면 학회명을 그대로 둔 곳도 있어 마취과 외에도 개명 논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도 오랜 기간 동안 진료과명에 대한 고민을 해오고 있다. 진료 과간 미묘한 관계에 놓이고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많아 논의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료계가 어려운 환경이 되다 보니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없애고 영역 확장 등을 위해 진료과명 개명 움직임이 생겨났다”면서 “이미지 쇄신이나 내부 동력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