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은 물론 의료계 직역 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의사-환자 원격진료'를 두고 정부가 재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논란이 다시금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각각 반대와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건노조, 시민단체는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 도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1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선진화 과제 중 하나인 ‘원격진료 허용’ 방침을 정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의 좌절 이후 재추진이다. 이를 위해 올해 중 원격진료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달 중 '원격진료 도입 민관 TF'도 구성, 운영하게 된다.
원격진료는 환자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자가 의료측정기기로 화인한 정보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에 전달하고, 의사는 이를 토대로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교도소 수감자, 전방 근무 군인, 오ㆍ벽지 주민 등이 대상이다. 현재 창원교도소는 지역 병원과 협약을 맺고 원격화상진료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계명대 동산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인 울릉도에 원격진료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원격진료 허용’ 방침에 대해 의료서비스 제공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치는 못했지만 우리 입장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의료의 본질 훼손과 안전성 논란, 유효성 검증 부족, 실효성 의문 등을 이유로 도입을 원천 반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협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의료전달체계 악화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병원협회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병협 한 관계자는 “원격진료 허용시 1차와 2차 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 영역을 나눠야 한다”면서 “현 추세라면 반대보다는 공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호의적이지만 보건노조와 시민단체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전면 도입까지 현실적 벽은 높은 상태다.
실제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거주 500가구 20~65세 가구주 또는 가구주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무조사에서 응답자의 61.2%가 원격의료서비스 허용에 찬성했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 시행해온 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서명운동을 펼치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전체 인구의 30% 가량인 5000명 이상 참여했다.
하지만 보건노조의 경우 의료전달체계 붕괴, 의료사고 문제 등 제도가 가져올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도 없이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환자보다는 대형 재벌병원의 이윤 창출만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은 전산망 통합 등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병원들을 직할로 편입시키는 등 준비를 해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정책 결정에 적극 참여해온 한 환우회 대표는 “다른 공간에 의사와 환자가 있다보니 장비 신뢰성, 진료과실 보상문제와 함께 상업화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제도 시행에 영향을 받을 환자들과의 대화가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