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허위 청구와 관련해 정확히 조사도 안한 채 경찰 수사결과만을 근거로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보건복지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부는 "복지부는 의사 허위 청구액의 산출근거·산출경위 관련 아무 증빙자료를 제출 못했다"며 "경찰 범죄일람표만으로 행정처분 내린 복지부는 위법하다"고 판시해 의사면허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 또한 복지부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정형외과병원을 운영 중인 의사 김某씨는 11개 보험회사로부터 진료비 허위청구로 인한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김씨가 2001년 1월부터 12월까지 교통사고 환자 1884명의 진료비 청구명세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회사로부터 합계 3100여만원을 편취한 범죄사실을 적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김씨의 범죄사실에도 11개 보험회사들이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통보받은 복지부는 개별적인 자체 조사없이 김씨에 "2004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총 833여만원을 허위청구했다"며 의료법에 따라 김씨의 1개월 자격정지처분을 명했다.
김씨는 "경찰 범죄일람표는 허위청구금액이 잘못 기재되는 등 수사에 오류가 있는데도 복지부는 정확한 조사 없이 경찰 수가만으로 행정처분을 내려 위법 저질렀다"며 행정소를 진행했다.
이어 그는 "허위청구 역시 진료비 담당 직원이 의사 처방전만으로 실수 청구한 것"이며 "허위청구로 의사가 얻은 이득 없고 11개 보험회사들과도 원만히 합의했다"며 복지부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했다.
범죄일람표에 기록된 허위 청구 목록인 이학요법료(물리치료 및 재활치료)와 주사료의 금액이 잘못 조사됐으며 이를 근거로 한 복지부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학요법료의 경우 정상 청구가가 최소 3308원, 최대 1만2612원인데 반해 경찰 수사 기록에는 최소 505원, 최대 7만2188원으로 기록됐으며 주사료 역시 정상 청구는 최소 2572원, 최대 3964원 인데도 범죄일람 기록상에는 최소 335원, 최대액 2만6850원으로 기재 돼 경찰 수사의 청구액 오류 산정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실제 환자진료 없이 허위청구한 바 있다고 진술했고 그 사실이 확인되나, 이것만으로 허위청구금이 833여만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경찰 수사만을 근거로 복지부가 행정처분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결, 별도 조사없이 행정처분 내린 복지부의 패소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