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병원 의료진이 응급환자의 수술 필요성 및 사망 가능성을 설명했는데도 환자 측이 수술여부를 결정짓지 못해 사지마비, 보행불능, 정신혼미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병원의 책임은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환자 측은 수술지연으로 환자가 불구가 됐다며 병원에 5억원 손해배송 책임을 물었지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환자 패소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강민구)는 환자가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그대로 인용, 환자측 항소를 기각했다.
수술 후 환자가 중증 심신 장애 후유증을 얻게 됐더라도 환자측이 수술 동의서 작성을 지연시켜 수술이 늦어졌다면 병원은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게 판결의 골자다.
금치산자인 A씨는 2006년경 과실주 서너잔을 마신 후 양쪽 동공이 마비되는 등 갑작스러운 의식 혼미상태를 보이며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수시로 환자 상태를 체크했고 A씨 혈압이 급상승하자 혈압강하제를 투여한 뒤 뇌 CT 촬영을 진행했다.
검사결과 A씨는 뇌출혈이 관찰돼 의료진은 금치산자인 A씨의 보호자(사실적 배우자)와 자녀에 수술 필요성, 사망 가능성을 설명했지만 보호자는 타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염두하는 등 수술을 결정하지 못했다.
병원 의료진은 수술 결정을 내리지 못한 환자측에 "A씨는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전화연락을 했고 그제서야 보호자는 수술동의서 작성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응급실에 찾아온지 4시간여 만에 수술을 받게 된 A씨는 2006년 수술 이후 지금까지 의식혼미, 사지마비, 근경직 등 부작용으로 일상적인 보행불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환자측은 ▲뇌손상 소견 조기진단 미흡 ▲뇌출혈 진단 위한 CT촬영 지연 ▲수술동의 이후 4시간 20분만에 시행되 수술 지연 ▲병원 내 수술시설 미흡에도 전원조치 안한 점 등의 의료진 과실을 주장하며 민사소와 항소심을 진행했다.
하지만 원심과 고등 재판부는 병원의 응급조치 및 수술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 의료진측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A씨는 응급실 도착 당시 음주상태로 뇌출혈 상태가 명확하지 않았고 뇌압상승 소견도 보이지 않았다"며 "CT촬영에 2시간이 지연된 것은 의료진은 CT촬영을 권유했으나 환자측이 술만 깨게 해달라고 주장해 늦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진은 충분히 수술 응급성을 설명했음에도 환자측은 다른 대학병원에서의 수술가능성을 주장하며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A씨 보호자들이 병원 도착때까지 의료진은 응급수술을 대비해 마취과에 연락해 신속하고 정확한 수술을 위한 준비를 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