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에 소명기회를 주지 않고 급여 환류처분을 강행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행정처분 적법성을 주장, 항소에 상고까지 제기하며 사건을 대법원으로 보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적정성 평가 결과 진료질, 병원시설 등이 기준 미달됐더라도 행정절차법상 병원측 의견제출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은 심평원의 환류 처분은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결정이다.
대법원 제1부(박병대 대법관)는 최근 심평원이 급여 환류처분을 받은 모 요양병원장 K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고심에서 심평원의 상고 기각을 선고했다.
이로써 심평원은 1심과 고등심을 비롯해 3심인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패소해 막대한 행정력 소모와 함께 상고비용 마저 전액 부담케 됐다.
지난 2010년 K씨 병원은 심평원 평가 결과 51.4점(100점 만점)으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심평원은 이를 근거로 K씨 병원의 의사 및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입원료 가산과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환류처분)했다.
심평원이 K씨에 환류처분에 대한 적절한 변명기회 및 자료,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행정처분을 감행한 것이 패소의 불씨가 됐다.
아무리 최하등급으로 선정된 의료기관이라도 행정절차법상 소명기회를 주지 않은 처분은 위법해 법적으로 무효하기 때문이다.
K씨는 심평원에 "현지 조사 과정에서 병원 담당자 착오로 시설 등 평가부분에 오류가 있으므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의신청과 함께 보완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심평원은 별도 추가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K씨 병원의 추가 변명 기회를 주지 않고 환류처분을 강행했다가 K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완패했다.
심평원은 "700여곳에 달하는 병원들을 상대로 적정성평가 결과에 대한 의결제출 기회를 일일히 줄 수는 없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 환류처분이 진행된다고 수 차례 설명한 만큼 의견기회는 제공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세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2심 고등재판부는 "환류처분은 의료기관의 권리와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이므로 행정절차법을 지켜 의견진술 기회를 줬어야 한다"며 "설명회 등 평가 전 심평원 정보제공만으로 환류처분에 대한 의견제출 기회를 줬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과 같이 심평원 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심평원은 환류처분 대상 의료기관에 의견진술 기회를 박탈할 특수한 상황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충분한 변명 기회를 주지않은 심평원 환류처분은 부당하다"며 "행정절차법상 의견 제출 법리를 어겼으므로 심평원 패소를 선고한 1, 2심 재판부 결정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