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평가'가 신뢰도 높은 정당한 행정처분이라고 판단, 하위 20%로 평가된 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2억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심평원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31민사부는 서울소재 A요양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적정성평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서 병원측 주장을 기각하고 원심을 인정해 심평원 승소를 결정했다.
이는 앞서 심평원 적정성평가의 신뢰성·공정성을 문제삼으며 환류대상 처분을 받은 병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심평원 패소를 선고했던 행정법원의 판결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9월경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김해 某요양병원장 및 인천 某노인전문병원장 등 평가 결과 하위 20%로 선정된 의료기관들이 심평원에 제기한 '불법평가에 따른 급여환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심평원 평가방식은 불공정하므로 환류처분을 취소하라"며 심평원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를 보면 동일한 적정성평가를 두고 고등법원은 정당한 합법행위라는 판결을, 행정법원은 공정성이 결여된 불법행위라는 결단을 내려 정반대 재판결과를 선고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가결과 하위 20%로 산정된 병원 중 소송을 제기한 곳은 심평원으로부터 지시받은 환류처분으로부터는 이긴 반면 민사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서는 패소하게 됐다.
이번 판결의 향배를 가른 것은 심평원 적정성평가 방식의 평등성·공정성 여부다. 이와 관련, 고등재판부는 "94.7% 신뢰도를 보유한 합법적 평가"라고 적시한데 반해 행정재판부는 "1000여곳 요양병원을 전수조사하지 않은 평가 방식은 부정확하므로 부당평가"라고 지적했다.
심평원 적정성평가는 전국 937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심평원은 10%에 해당하는 곳을 표본조사대상으로 선정, 직접 현장방문 조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기관은 자가 작성 웹조사표에 근거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은 입원료 가산 및 별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급여환류처분'에 처하게 된다.
사건은 심평원으로부터 불량 의료기관(하위 20%)으로 선정된 A요양병원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불법 조사방법으로 피해를 입게 한 심평원은 병원에 2억여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1심 민사재판부와 고등재판부는 심평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에서 심평원 적정성평가에 따른 행정처분이 취소됐어도 그것 만으로 심평원의 평가방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심평원은 의약분야 전문학회, 의약계 단체, 공단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복지부 승인을 얻어 평가 방법 및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요양병원 중 10% 기관을 직접 찾아 현장방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결과와 요양병원이 제출한 자가 웹조사표를 비교한 결과 신뢰도가 94.7%로 높은 수준이다"라며 "심평원이 객관적이지 않은 불법 행정처분 및 공무집행을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