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의사를 의자로 가격한 사건, 성형외과 레이저 시술에 불만을 품고 의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의료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중 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화는 그간 꾸준이 제기돼온 의료계 숙원이었지만 시민‧환자단체의 거센 반발에 매번 좌초됐다. 입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료계와 이에 반대하는 시민‧환자단체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 법률적 해석이 가능한 변호사들은 각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경기도의사회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승 신태섭 변호사[사진 左]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자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률사무소 사람 정정훈 변호사[사진 右]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봤다.[편집자주]
Q. 의료소송 현장에 있는 분으로서 의료기관 내 폭행방지법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A. 신태섭 : 형평성을 고려해 신설돼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은 맹점이 있다. 일반인이었다면 형사특별법이 적용될 사안도 의료기관내 폭행이란 이유로 수사기관에서 특별법 적용을 주저한다. 환자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냐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소재 병의원의 경우 지역사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의료인 폭행을 의료법으로 규정하자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일리가 있다.
A. 정정훈 : 구태여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애초 의료기관 내 폭행은 처벌이 약해서, 또 처벌을 못해서가 아니라 소통이 안돼서 발생하는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장치를 고민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작업 없이 처벌을 강화한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Q.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 폭행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적정하다고 보는지
A. 신태섭 : 환자단체 등에서는 현행 폭행죄 처벌 규정 등을 들며 가중처벌이라고 표현하지만 명확하게 말하면 가중처벌 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은 욕, 폭행, 기물파손 등이 함께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협박죄‧모욕죄‧폭행죄‧업무방해죄 등 4~5개 죄목에 적용된다. 업무방해의 경우 이미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벌금에 처해진다. 형이 가중된 게 아닌 셈이다. 해당 법은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에 대해 형법이 아닌 의료법을 적용토록 정리한 것이다.
A. 정정훈 : 처벌 규정이 지금 발의된 법안대로 통과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의료법이 적용되고, 거기에 또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의료기관 내에서 폭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과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폭행 정도와 내용을 보고 훈방 등의 여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역시 없다. 지금의 법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처벌하려고 해야지 가중처벌 규정을 만들어 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Q. 의료법의 폭행금지 규정이 예방 효과 있을 것으로 보는가
A. 신태섭 : 나름대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병원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환자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우발적으로 폭행하는 환자, 두 번째는 주취 폭력 등 습관적인 폭행을 일삼는 환자다. 생각보다 두 번째 유형의 환자가 많다. 병원들이 의료인 대상 폭행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면 나름대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유형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A. 정정훈 : 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 유형의 환자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 의료인들은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현행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의사가 원하면 경찰은 가해자를 처벌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유형의 환자다. 의료기관이라는 공간 내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불충분한 소통에서 오는 갈등과 우발적 폭행이 법이 만들어진다고 예방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신태섭 : 논의를 더 해야한다. 형량이 5년 이하 2000만원 이하인데, 피해자 의사에 처벌 여부를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냐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A. 정정훈 : 배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면 반의사불벌죄는 큰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