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료계 목소리 못지않게 환자단체 역시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22일 논평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사망 및 중상해’로 정한 그 범위에 대한 타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환연은 “피해자 구제제도 중에서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14일 동안 무응답 한다고 조정신청을 각하하는 제도를 운영 중인 기관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유일”하다며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언론중재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 타 분쟁조정제도 운영기관은 조정신청이 있으면 자동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또한 환연은 “환자단체들은 어떠한 조건도 붙이지 않은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이 최선책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해 통과시킨 차선책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목적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할 뿐 아니라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포함한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환연은 “의료계는 적용범위를 ‘사망’으로 한정해야 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확대한 것에 대해 졸속입법, 방어진료, 포퓰리즘 등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며 반대하고 있다”며 “환자단체로서는 이러한 의료계의 반응이 당황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핵심은 ‘중상해’ 의료사고다. 따라서 의료사고 피해자 입장에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는 ‘사망 또는 중상해’가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망’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보다는 법원을 선호하고, 유족이 장례를 치르거나 조정절차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채무부존재확인 형태로 먼저 조정신청을 제기할 우려가 있고,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환연은 “중상해의 구체적 범위에 대해서는 대통령령 개정 시 의료계와 시민·소비자·환자단체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전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가칭)자동개시판정위원회’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상해’의 판단기준이 확정되면 (가칭)자동개시판정위원회에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환연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상해’의 범위를 가급적 넓혀 사망 또는 중상해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유족들도 소액의 비용으로 3달~4달의 단기간 내에 ‘5인 감정부’의 전문 감정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 의료사고 발생 시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개시 되도록 의결했다.
만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그리고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경우 6개월 이후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