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 '재판부, 의료기관 사정 고려 안한다'
전성훈 '다양한 문제 사전 인지해서 예방하는게 무엇보다 중요' 조언
2021.02.17 05:1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여론에 편승해 단순히 ‘안건수 증대’를 위한 입법 시도는 지양돼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이 검토해야 할 법안 건수는 인구대비 프랑스의 20배, 영국의 90배, 미국의 14배입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전성훈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사진]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의료법 사정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공공의료 확대를 비롯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료인 자격제한 등 새해 초부터 의료계와 관련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검토 없는 무분별한 법안 발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전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들로부터 ‘변의사(변호사+의사)’라고 불릴 정도로 의료법 관련 사건을 다수 수임한 의료전문 변호사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초기에는 주로 민사 사건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의료인단체(서울시의사회)를 조력하면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면허 관련 행정 사건이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형사사건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의료소송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의료법·의료분야와 관련해 그는 많은 의견을 품고 있었다.

"의료기관이 실무적 어려움 호소해도 법원은 단호한 입장"
“법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어, 의료법도 마찬가지”
 
근래 법원에서는 의료계가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잇따라 내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원격의료’와 관련한 전화처방, 의료법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처분, 실손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채권자 대위권’등 의료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판결이 적지 않았다.
 
몇몇 판결들은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면서 아직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 변호사는 국내 의료법의 방향성에 대해 “법이란 것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법 자체가 진취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의료현실을 관리하고 지원해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한다는 법의 목적에서 현재까지는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판결 중에는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도 많은데, 이는 판결문에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사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소년 사건의 경우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 전에 소년원이나 보호시설에 전화를 걸어 자리가 있는 지를 확인한다. 소년 사건의 경우 선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소년원이 아닌 보호시설에 보낸다. 그런데 만일 보호시설에 자리가 없는 경우 잘못이 가볍더라도 소년원에 가게 되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소년 사건은 하나의 예시로, 실제로 형을 고려하는 판사 입장에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생존 경쟁에 내몰린 언론이 선고 내용만 자극적으로 발췌해 보도하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판사의 고민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무를 수행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은 매우 드물다”며 “충분히 설명된다면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더 납득하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또 형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수범자들의 법관념을 유지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행위를 하면 공동체로부터 제재받는다’는 수범자들의 법 관념을 유지하는 것이 사법기관의 우선 목표란 것이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의사가 잘못한 것이 명백하다면 피해가 그리 크지 않고 불가피한 사정이 이해가 가더라도 벌금 50만 원으로라도 처벌하지,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인이 ‘실무상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하더라도 법원이나 검찰은 이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고 전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의료기관 운영시 문제점을 사전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의료보험은 국가별로 운영되지만 의료산업은 글로벌 단일시장 전망"
"정부와 의료계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
 
전 변호사는 향후 의료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나름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향후에도 의료보험은 각 국가별로 운영되겠지만, 의료산업은 의료보험이라는 울타리만을 두고 곧 세계가 단일시장으로 통합될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세계 시장에 대비책으로 그는 “의료기기, 의약품, 의료기술 등 바이오 분야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의료산학’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의료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계도 개별적 이슈에 있어서는 정부와 대립할 수 있지만, 거시적 국가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것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이자 전문가집단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의료계를 향해서도 빠른 시일 내 시정을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고 촉구했다.
 
전 변호사는 “의료 분야가 방대한 만큼 시정 및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은데, 그 중 몇 가지만 꼽자면 첫째 의료전달체계 개선, 둘째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건소 개편, 셋째 의사면허관리체계 개혁, 넷째 비대면진료에 대한 로드맵 결정, 다섯째 의정협의체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 회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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