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선제적 검사에 활용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도 등의 문제로 부정적 입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음에도 정부가 자가진단키트 ‘카드’를 꺼내들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30일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방역당국은 오는 4월 2일 ‘자가진단키트 국내 개발 동향 및 선제검사 활용 방안’을 주제로 자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자가진단키트를 통한 선제적 검사 확대로 400명대에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을 가라앉히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자가진단키트로 개발된 진단키트들의 경우 대부분이 신속항원검사 방식이라는 점이다.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져 코로나19 방역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에서 위음성과 위양성이 미칠 파급력을 감안하면서까지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그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한국역학회를 비롯한 전문가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처럼 유병율이 낮고 지속적 억제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 위음성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유지해온 억제 전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가진단키트 도입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여야 "자가검사 도입" 한목소리…전문가들 "방역 외 목적 있나"
이같은 전문가들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그간 자가진단키트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지난해 12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 검사를 하면 어떨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운을 띄운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방역당국이 부정적 입장을 취하며 이 대표의 주장은 힘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2월에는 야당인 국민의힘 주호영원내대표도 해외 사례들을 열거하며 “코로나19 자가진단을 허용해야 한다”고 나섰다.
여야 할 것 없이 자가진단을 허용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정부마저 자가진단키트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자가 검사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규모 확진자가 나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정책적 판단을 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음에도 굳이 정부가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자가 검사 도입의 임상적 의미는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곳에 쓸 수 있는 정도”라며 “여러 영역에서 순수한 방역 목적 외에 자가 검사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