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성평가 개편···반발감 커지는 의료계
심평원, '인센티브 확대' 등 당근책 제시 불구 '옥상옥 정책' 비판론 고조
2021.04.13 12:5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인센티브 확대 및 적정성 평가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료계 반대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최근 2021년도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계획을 발표했다.
 
적정성평가는 2001년 항생제 처방률 평가 등을 시작으로 급성기 질환, 만성질환, 암 질환 및 수혈 등 평가영역을 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환자경험평가 도입·확대 등 통해 환자 중심적으로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환자안전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치매 평가를 신규 도입하며 요양병원 평가에 항정신성의약품 투약안전지표를 신설하는 등 총 39항목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치매는 인지 기능의 장애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질환으로 고령화 심화에 따라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의 경우, 올해 상반기부터 치매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관리를 통해 질환의 경과를 지연시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유도하는 신규 치매 외래환자의 진단 향상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국민 생활 및 안전과 밀접한 신경차단술 등 4개 항목에 대한 예비평가를 실시하고 본 평가 도입 타당성 등을 검증한다.
 
신경차단술은 고령인구, 급성 및 만성 통증환자와 함께 시술자가 증가함에 따라 합병증 및 감염예방 등 환자 안전 관리에 나선다.
 
영상검사를 이용한 진단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의료 방사선 노출로부터의 환자 안전관리 등 전반적인 영상검사 안전관리체계도 마련한다.
 
삶의 질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기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통한 의료서비스 질 관리도 추진한다.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합리적 의료 이용 권장을 위한 입원일수 예비평가도 이뤄진다.
 
평가지표는 환자안전, 진료결과 중심으로 재편한다. 25항목, 142개 지표 정비를 우선 마친 후 결과지표 중심의 핵심지표 확대를 위한 제2차 지표정비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요양병원 평가에 항정신성의약품 투약 안전지표를 신설하는 등 4개 평가에 대해 진료결과 및 환자안전 지표를 강화해서 평가를 실시하고, 환자안전지표도 발굴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요양병원 항정신성의약품 투약 안전지표 도입, 관상동맥우회술 수술 후 입원일수 본 지표로 전환, 결핵 신속감수성검사 실시율 지표 도입, 마취 전문병원 확대 및 평가지표 개선 등이다.
 
기존에 있던 평가 가운데, 환자경험평가는 대상기관을 종합병원 전체로 확대해 실시한다. 환자 경험이 의료서비스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환자 중심성 평가 중장기 이행안도 마련한다.
 
중소병원평가 및 암질환은 개편하고 중환자실은 구조 및 과정 중심에서 진료 결과와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한다.
 
의료기관 "그렇잖아도 부담 큰데 또 개편한다고”
 
이 같은 대대적인 적정성평가 개편은 자연스럽게 의료계 반발을 불러왔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평가 결과는 등급과 숫자로 공개되지만, 세부적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적정성평가를 줄이지 않는 이상 의료계 부담이 될 뿐”이라며 비판했다.
 
B병원 관계자는 “적정성평가를 통해 의료 질이 향상되는 측면도 있고, 중소병원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 평가도 있다”면서도 “정부사업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가 확대되면 부담을 덜 느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적정성평가를 전면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협은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계획은 지금의 열악한 의료계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매우 근시안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평가계획 내용 중 환자경험평가에 대해 “이는 언뜻 보면 합리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하의 저수가 체계에서 어쩔 수 없이 박리다매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 현실을 애써 외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등 현재 8개인 가감지급 항목을 확대하고 평가결과 우수 및 질 향상기관에 의료 질 기반 보상 연계체계를 강화하겠다는데 이는 단지 평가결과가 낮은 기관의 급여비를 빼앗아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관에 보상하는 옥상옥 정책에 지나지 않음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제시된 개편안은 오히려 의료기관 간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대체로 환자안전 및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평가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환자의 안전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고질적 저수가 체계 및 박리다매식 진료를 조장하는 현행 의료체계 하에서의 요양기관 적정성평가는 의료기관 경쟁만을 더욱 부추긴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한 “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환자안전과 권리 강화라는 미명하에 의료기관을 통제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굳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부 “현장 소통 강화하고 지원금 늘릴 것”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성과 보상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환자 및 의료 현장과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규 평가항목 제안을 연 1회에서 상시로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개선하여, 평가가 필요한 질환이나 의료서비스 등에 대해 국민이나 의료현장 등에서 언제든지 제안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요양병원 평가결과를 수가와 연계해 평가결과 우수 및 질 향상기관에 별도 보상을 함으로써 의료 질 기반 보상 연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중심의 질 향상 지원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기존의 평가 항목별 접근 방식에서 의료기관 단위 통합적인 질 관리방식으로 전환, 평가 하위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개 권역 지역전문가 중심으로 질 향상 지원 사업 자문단을 운영, 지역 기반 협력적 점검(컨설팅)을 실시하고 질 향상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비대면-대면 질 향상(QI) 교육과정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근 종합병원까지 확대된 환자경험평가 세부계획이 공개되는 등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개편의 큰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심평원에서도 평가체계 혁신을 위한 평가발전위원회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의료평가조정위원회를 평가기획분과와 평가수행분과로 나누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적정성평가 체계 구축 ▲의료기관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강화 및 국민 중심의 평가정보 제공 ▲타 평가와 어우러지는 질 관리 전략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기관엔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지원 후 질 지표연계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장기적·전향적 접근을 강화한다.
 
그러나 점차 적정성 평가가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의료기관에서의 반발이 가라앉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분과 김영재 위원장은 지난 3월 있었던 적정성평가 미래발전포럼에서 “평가 지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항생제 처방률 평가의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진단명을 바꿔 분배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허점에 대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지표에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처음 지표를 도입할 때는 적정 수준을 알 수 없으니 상대평가도 무방하지만, 도입한지 10~20년이 지난 지표들도 많은데 계속 상대평가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적정성평가가 왜 도입됐는지, 이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 관련 내용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도 “적정성평가를 비롯해 병원 대상 인증 및 평가가 너무 많다. 표준화된 협업을 통해 평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된 평가는 모니터링으로 전환하는 등 거시적 차원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심사체계 개편에서 개방형 구조를 많이 택하는 것처럼 평가에 있어서도 지표 방향성을 고민할 때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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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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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 04.13 15:59
    최근이라면 언제 발표한 내용에 대한 기사인가요? 혹시 1월 18일자 발표에 대한 기사인가요?
  • 04.13 18:34
    평가계획 개편안은 1월 18일자 발표가 맞습니다...해당 내용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을 담은 기사임을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오프라인 책자에 실린 기사임을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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