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제도 5년…의사들 "진료 현장은 어렵다"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의료진이 직접 환자 뜻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많아"
2022.09.01 06:25 댓글쓰기




2018년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후 연명의료중단결정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334개소로 늘었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여전히 연명의료 이행 과정을 어려워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3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주관한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현장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연명의료 결정 이행 과정은 임종과정 판단, 환자 뜻 확인, 구체적 의료행위 결정 등 3단계로 이뤄진다. 


그러나 환자 뜻을 구체적 의료행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의료진이 환자 뜻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유 교수 지적이다. 


유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의료행위에 대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자 상태를 반영해서 환자 가족과 논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사업 시행 후 수가체계가 개편되기는 했다”면서도 “각각 의료행위 시행 여부를 두고 선결조건을 따져가며 결정하는 것은 아무리 숙달된 의료진에게도 복잡하고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리 조기에 환자와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임종기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을 다할 수도 없다”며 “특히 환자가 입장을 밝힌 경우가 없을 경우에는 반복되는 심정지가 발생하면 계속 심폐소생술을 해야하는지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포괄적 의미 연명의료 동의 한계, 의무기록 전환 필요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 
현재 환자들은 ‘회생,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 임박 시기 치료 없이 그 시간만 연장시키는 의료적 시술’이라는 포괄적 의미의 연명의료에 동의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작성한다. 


이렇다 보니 “서식 작성 시 환자가 어떤 설명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을 의료진이 알 수 없고, 도중에 의료진이 바뀔 수도 있는데 문서화되지 않으니 알 길도 없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이에 그는  현재 포괄적 동의 이후 지속적인 논의 없이 임종기가 닥쳐 복잡하게 의료행위를 결정하는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임종과정 판단을 의무기록에 남기는 것이 더 간편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치료 동의 여부 등이 명시된 코드 분류 방식이 덜 복잡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환자 치료 거부권 수용 어렵고 의료진 소신 발휘 보장·교육 필요” 


과거 대비 평균수명이 연장되며 임상현장에서는 치료 중심 분위기가 형성돼 의료진도 환자에게 이득이 있을 수 있는 치료를 권한다. 그러나 환자가 거부하면 그 뜻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의료진은 곤혹스러워한다는 전언이다.  


유 교수는 “설령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 거부에 수긍하더라도 치료를 주장하는 가족이 있다면 주춤하기 마련”이라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넘어 가족의 결정을 배제하고 연명의료를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료진의 사정과 별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수는 현재 140만건에 이른다. 현장의 여러 요인으로 서식 작성자의 뜻이 결국 반영되지 않는다면 당초 제도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게 유 교수의 입장이다. 


이에 그는 “환자가 표현한 본인의 뜻을 가족이 반대하면, 의료진이 소신을 가지고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대상 교육도 확충도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금년 6월까지 누적 연명의료종사자 교육을 이수한 의사는 6302명으로, 이는 활동의사 수의 5.9%에 그치는 수준이다.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따라 연명의료 및 임종하는 환자는 일반병동, 호스피스 병동에만 있지 않다”며 “중환자실, 응급실 등 현장 의료진의 임종돌봄에 대한 지식과 태도, 장애요인 등을 파악하고 교육·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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