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의사 채용 비리…병원장 유죄
당시 심사위원 배제하고 병원장 혼자 지원자 면접…부원장도 가담
2023.09.25 07:52 댓글쓰기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으로 산업재해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은 2021년 상반기 진료과장 3명을 뽑는 공고를 냈다. 새로 채용할 의사는 신경외과장·이비인후과장·소아청소년과장이었다.  


응시원서를 접수한 병원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정한 뒤 공단에 요청하면 이사장이 최종 임용을 하는 절차였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면접 심사위원은 3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고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외부 위원이어야 했다.


병원은 신경외과장 선발 면접 심사를 맡을 내부 위원으로 당시 병원장인 A(70)씨를, 외부 위원으로 모 대학 교수 2명을 위촉했다.


그러나 A씨는 외부 위원 2명은 배제한 채 진료부원장과 함께 응시자 2명을 면접했다. 대신 병원 직원들이 외부 위원들을 직접 만나 마치 면접 심사에 참여한 것처럼 평가표를 쓰게 했다.


이후 병원은 내부 절차대로 면접심사를 진행해 합격자를 선발한 것처럼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뒤 근로복지공단에 임용을 요청했다.


이비인후과장과 소아청소년과장을 뽑는 과정도 비슷했다. 이비인후과장 채용 면접 심사는 내부 위원으로 위촉된 당시 행정부원장인 B(61)씨가 맡아야 했으나 병원장인 A씨가 혼자서 지원자 2명을 면접해 심사했다.


청소년과장 응시자 5명 중 결시자를 제외한 4명의 면접 심사도 위촉된 내·외부 위원이 아닌 A씨가 단독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심사 평가서는 신경외과장 선발 때와 마찬가지로 병원 직원들이 외부 위원들을 찾아가 허위로 꾸몄고, 면접에 참여하지 않은 B씨도 평가서를 마음대로 썼다.


A씨가 후보자별 순위까지 정한 결과를 인사 담당 직원들에게 전달했고, 그대로 실제 합격자가 결정됐다.


이 같은 채용 비리는 같은해 10월 고용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고의성도 있고 허위 문서도 작성했는데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며 "의원실이 자료를 요구하니 (내부) 감사를 마친 지 100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근로복지공단 의사 임용 업무를 방해했다며 지난해 10월 A씨와 B씨를 재판에 넘겼다.


면접 심사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위원들을 만나 허위 평가서를 받은 직원 3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현재 유명대학 의대 명예교수인 A씨는 재판에서 "(당시 부원장인) B씨가 임의로 외부 위원 면접을 생략했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16단독 김태환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판사는 "A씨는 당시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장으로서 의사 채용업무 최고 책임자였다"며 "병원장 3년 차여서 절차를 명확히 알고 있었는데도 채용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법정에서도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았고 하급자인 직원들에게 책임을 넘겼다"면서도 "A씨뿐만 아니라 B씨도 과거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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