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도 단김에 빼고 싶은 심정이었을까. ‘간병지옥’ 문제 해결을 위한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이 확정된 가운데 요양병원들이 벌써부터 ‘본사업’ 조기 실시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요양병원들 기대감과는 달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구조조정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간병비 급여화 추진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견지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최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간병 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간병지옥’, ‘간병파산’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요양병원협회 임선재 부회장은 간병비 급여화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소요 재정과 관련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최소 비용으로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요양병원협회 추계에 따르면 1363개 요양병원에서 환자 1명 당 6명의 간병인을 두고, 본인부담율 20%를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예산은 1조3000억원이다.
이는 간병비 급여화를 전격 시행할 경우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보건복지부 추산에 비하면 훨씬 적은 액수다.
임선재 부회장은 “일각에서 간병비 급여화에 10~15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협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본인 부담률도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해 소요 재정을 따져보면 전국 요양병원으로 지원을 확대해도 연간 1조2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협회 추산이다.
임 부회장은 요양병원들 기대감과 궁금증을 대변해 구체적인 시범사업 방식과 규모, 대상기관, 대상환자 등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요양병원들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견지했다.
이번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요양병원에 간병비를 지원하는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의료, 요양, 돌봄을 아우르는 시스템에 맞춰 이뤄지는 거시적 차원의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간병비 급여화 전제조건으로 요양병원 구조조정과 퇴출을 언급하며 병원들의 위한 선심성 지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임강섭 과장은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이 만연한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대대적인 요양병원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요양병원이 숙박시설은 아니지 않냐”며 “장기입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간병 급여화 대상 환자를 확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증환자만 입원시키는 요양병원이 상당수”라며 “2년 6개월 동안 시범사업 모델을 최대한 엄격하게 설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