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부터 전국 병·의원들이 비급여 진료 항목을 정부에 보고하게 된 가운데, 건강보험의 적정 보장 범위와 부담 수준을 다음 국회가 빠르게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의료계 반발을 초래한 도수치료·백내장 수술 등의 ‘혼합진료 금지’ 계획 역시 단순한 국가 간 비교를 토대로 하지 말고, 의학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적정 보장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건강보험 적정보장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항목 보고를 시행했었는데 금년 4월 15일부터 30병상 미만 의원급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이는 올해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이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비급여 의료비를 통제하는 게 목적이다.
해당 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보고제도를 강화하고, 진료량 관리를 위해서는 과다 의료 이용자의 본인부담을 상향한다.
또 백내장·도수치료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의 혼합진료 금지도 적용한다. 이와 함께 실손보험 개발·변경·지급 기준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사전협의 제도화를 추진한다.
급여항목도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선별급여의 근거 중심 평가를 시행한다.
“보장률 높은 일본과 차이” VS “그동안 통제 못해, 공공중심 진료 기여”
그러나 이 정책은 최근 전공의·의대생 이탈 등 의료계 반발을 부르는 것을 포함해 사회적 쟁점을 낳았다.
입법조사처는 “혼합진료 금지 적용 추진 계획은 건강보험만으로 진료가 완결되는 보장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용부담이 큰 비급여 진료 선택을 위해 실손보험 가입 유인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가입자의 실손보험료 부담이 초래되고 보험업계만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이라는 이익을 얻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혼합진료를 이미 금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차이점이 있고, 혼합진료를 부분 허용하며 정책을 완화하고 있어 국가 간 직접적 비교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혼합진료 금지가 보장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제도 취지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그동안 혼합진료에 따른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지 못해 재정투입을 통한 보장성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급여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공공부문 중심 진료 제공과 보장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 추진 범위 확정 안된 혼합진료, 의료적 필요성 고려”
실손보험 개선 및 혼합진료 금지 등 구체적 합의가 필요한 정책은 향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현재 구체적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혼합진료 금지는 의료적 필요성을 고려해 범위를 한정하고, 실손보험 가입이 오히려 유도되는 반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적정 보장 수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수준에서 과다 의료이용·외래진료 등의 영역에 대한 본인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OECD 평균치와의 단순한 비교를 넘어 의학적인 필요성·효과성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에서 보장할 적정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필수분야 보장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건강보험재정 개편은 부담주체 동의를 기반으로 그 방향과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국민건강보험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는 건강보험의 적정 보장 범위와 적정 부담 수준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도수치료 및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 물리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약 2조1291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