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역사 서울백병원 폐원…남일 같지 않은 병원계
서울에서만 대학 포함 6번째 폐업…경영난 종합병원 '생존 고민' 심화
2023.06.21 05:51 댓글쓰기



오랜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온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결국 ‘폐업’을 선택하면서 병원계에 대마불사(大馬不死) 존재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대학병원의 폐업 결정은 병원계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서울 시내 종합병원이 폐원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병원 경영의 호시절은 끝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6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1941년 ‘백인제 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82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게 됐다.


물론 의료진과 직원들은 이사회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관할 자치구인 서울 중구 역시 의료공백을 우려하며 만류하고 있는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서울백병원 사태가 대한민국 병원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잖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소위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환자쏠림에 의한 고충이 비단 지방병원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들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같은 서울에 위치한 다른 종합병원들이 오래 전부터 경영난을 겪어왔고, 이제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백병원 역시 수 십년 동안 겪어온 경영난으로 올해까지 누적 적자가 1700억원을 넘겼고, 백방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결국 폐업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서울 도심 종합병원 폐업은 비단 서울백병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무려 5개 종합병원들이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


이들 병원 대부분은 대학병원이거나 협력병원이었고, 일반 종합병원까지 도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물론 각 병원마다 폐업 및 이전 배경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노후된 시설과 날로 척박해지는 경영환경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으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제일병원이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021년 문을 닫았다.


제일병원은 1963년 12월 이병각 삼강유지 사장의 장남인 이동희 이사장이 20병상 규모의 ‘제일산부인과의원’으로 개원했고, 1981년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시험관 아기 분만에 성공하는 등 산부인과 의료를 선도했다. 1996년 삼성의료원에 편입됐다가 2005년 삼성의료재단에서 독립했다.


병원 설립자인 고(故) 이동희 박사의 장남인 이재곤 이사장은 2005년 취임 후 병원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증개축을 추진하며, 금융권으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이때 병원 토지와 건물이 담보로 잡혔고, 부채 비율도 대폭 증가했다. 이 시기 공사와 관련해 이사회 결의 부재, 회의록 조작, 수의계약 등을 근거로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노사 갈등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악화했고, 지난 2018년 6월에는 노조가 임금 삭감을 거부하며 전면 파업에 나섰다. 이후 회생절차 등을 진행했지만 결국 2021년 폐업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이 62년의 긴 역사를 마감했다. 


1944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소속 수녀 2명이 청량리에 차린 의료 구제시설 ‘시약소(施藥所)가 효시인 성바오로병원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서민 환자의 건강을 지켜왔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희의료원, 고대안암병원, 상계백병원 등 인근 대학병원이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정체되기 시작했고, 장고 끝에 은평성모병원으로 재개원했다.


2011년에는 중앙대학교가 철도청 소유 서울철도병원을 위탁받아 운영하던 용산병원이 임대차 계약 관련 법정공방 끝에 패소하며 문을 닫았다.


이 외에도 이화여자대학교 동대문병원이 2008년, 중앙대학교 필동병원이 2004년 문을 닫았지만 당시는 경영난보다는 새병원 건립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결이 달랐다.


병원계 한 원로는 “서울 도심 대학병원들 폐원 사례가 적잖지만 그 배경은 크게 달라졌다”며 “경영환경이 척박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폐원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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