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발생 기전·진행 양상, 남녀 차이 확연'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 성차 의학 대규모 연구 통해 규명
2022.03.16 10:5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남성과 여성의 위암 행태가 각각 달라 보다 개별화된 암치료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용훈 교수팀은 위암수술 환자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 성별에 따른 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예후 차이를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 위암환자는 발견이 어려운 ‘미만형 위암’ 비율이 남성보다 높고, 3기 이상에서 남성보다 예후가 나쁘며 심뇌혈관 합병증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적으로 성별에 따라 질환 기전과 양상, 예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성차(性差) 의학’이 정밀의료의 한 축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암 연구에서 성차 의학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인체 시스템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한다면 보다 근원적이고 개별화된 치료법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다수 분야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위암에서는 아직까지 적은 편이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도 표본이나 연구 특성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게 나타나,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술적인 정론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판정 및 수술을 받은 환자 2983명의 기록을 분석, 남녀에 따른 위암 병태생리학적 특성과 예후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위암은 크게 ‘장형’과 ‘미만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 내벽에 덩어리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암이 장형, 위 점막 아래에서 넓게 퍼져나가는 위암을 미만형이라고 한다. 
 
미만형은 내시경으로 진단이 어려운 만큼 발견 시 중증에 이른 경우가 많아 장형에 비해 예후가 나쁜 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바로 이 미만형 위암을 비롯한 위 체부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고, 남성에서는 장형 및 위 전정부암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표본에서 위암환자 수는 남성이 여성의 2배에 이르지만 여성의 미만형 위암 비율(50.5%)이 남성(25.9%)을 크게 상회하며 총 미만형 위암환자 수에서는 대등한 수준이었다.
 
또한 40세 미만에서는 남녀 모두 미만형 위암 비율이 장형보다 높았지만, 여성에서는 그 비율이 90% 이상일 정도로 눈에 띄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양상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장형의 비중이 늘어나며 달라졌다.
 
남성에서 미만형의 비율이 빠르게 감소해 50세 이후부터는 장형이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여성은 60세가 넘어야 장형의 비율이 미만형을 넘어서는 차이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밖에도 조기 암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남녀 생존율이 3기 이상의 진행성 위암부터는 차이가 벌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여성 환자들의 예후가 더 나쁘고, 남성에서 사망 원인이 다른 장기의 암이나 호흡기 계통의 합병증이 눈에 띈 반면 여성에서는 심뇌혈관 합병증에 인한 사망이 더 많았다.
 
이번 연구는 30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장기간 데이터를 분석해 남녀의 위암 차이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향후 성 호르몬 등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는 연구에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김나영 교수는 “연구를 통해 위암 위치나 조직형 사이의 관계, 예후는 물론 수술 치료 후 합병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남녀 및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차이의 근원이 무엇인지 밝혀나간다면 향후 성별에 따른 신체 특성을 고려한 정밀의료 구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소화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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