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오미크론 대확산 속 정부가 ‘백신 4차 접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대상자들 사이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한 모습이다.
4차 접종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상당한 만큼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종사자들에게 접종을 권유하지 못하면서 실제 접종률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방역당국은 최근 기저질환이나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4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3월부터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및 종사자 중 3차 접종을 마친 약 50만명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위험 환자들이 대다수인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입원환자는 물론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종사자들도 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고위험군에 대한 4차 접종은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예방 가능한 중증·사망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4차 접종에 대한 요양병원 의료진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대목이다.
1차부터 3차까지 ‘고위험시설’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선제적인 접종을 강요당했음에도 코로나19 극복을 희망하며 순응했지만 더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더욱이 중증환자들을 치료하는 감염병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도 4차 접종 대상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병원 의료진만 추가 접종토록 한 부분에 반감이 상당하다.
A요양병원 의사는 “요양병원 의료진은 방역당국의 마루타가 아니다”라며 “1년 만에 4차례 백신접종은 의사인 본인은 물론 환자들에게도 시행한 적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고위험시설에 요양병원만 포함되는 것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이미 병원 측에 4차 접종 거부의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B요양병원 간호사는 “동료들 역시 거부감이 크다”며 “입원환자 보호를 위해 접종해 왔지만 예방효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추가접종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의 경우 감염시 중증으로의 진행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접종 안내를 하고 있지만 종사자들은 접종하지 않겠다는 비중이 확실히 높다”고 덧붙였다.
4차 접종에 대한 종사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에 병원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종사자들의 입장은 십분 이해는 하지만 집단감염 사례 대부분이 종사자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마냥 4차 접종을 등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요양병원 종사자의 경우 매주 PCR 검사 2회, 신속항원검사 2~3회 등 대폭 강화된 선제검사시스템이 가동 중이지만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지난 1월 한 달간 총 66건(확진자 총 2490명)이며, 2월 첫째 주인 지난 주에만 7건이 발생해 총 1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사례 대부분이 의료진이나 종사자에 의한 감염이 시발점이었다.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코호트 격리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하지만 전담병원과 같은 손실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요양병원들 입장에서는 고충이 클 수 밖에 없다.
C요양병원 원장은 “의료진을 포함한 종사자들이 4차 접종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도 이해하지만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직 일주일 남짓 시간이 남은 만큼 최대한 설득해 보겠지만 접종률 저하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 힘겹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