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병원 출신 전공의 56명 임금체불 파문일듯
전의총, 당직비 등 추가근로수당 미지급분 관련 고용노동부 '진정'
2012.08.24 20:00 댓글쓰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무시간보다 무려 2배 이상 근무하면서도 제대로 된 임금을 보상받지 못하는 전공의들에게 반드시 정당한 임금을 보상받도록 하겠다. 이는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환경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전공의를 마친 지 3년 이내인 56명의 의사가 당직비 등의 각종 수당(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등)에 대한 임금 체불 진정을 고용노동부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 전망이다. 진정에는  전국 18개 수련병원 출신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톨릭의료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병원, 관동의대명지병원, 단국대병원, 부산백병원, 분당차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육의료원 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순천향대병원, 아주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대전을지병원, 일산백병원, 전남대병원, 중앙대병원, 춘천한림대병원 등에서 수련을 했다.

 

24일 전국의사총연합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 경영자들은 저수가 체제 하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많은 전공의들을 배정받으려고 한다"면서 "저임금과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저수가 의료체계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정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진정인들에 따르면 근무형태 및 근무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근로계약서, 당직표, 인수인계서, 업무일지, 출퇴근 기록지 등을 수집, 분석한 결과 1인당 1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체불임금이 포착됐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2011년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자체조사에서 확인됐듯이 전공의 50% 이상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으며 법정 기준인 40시간보다 2배가 넘는 80시간 이상인 경우도 3명 중 2명(65%)으로 집계됐다.

 

전의총은 "임금체불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지만 더욱 큰 문제는 전공의의 과다한 근무시간은 집중력 저하를 불러일으켜 의료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또한 전공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전의총은 "전공의 신분은 근로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공의는 교과과정에서 정한 환자진료 등 피교육자적인 지위도 지니고 있지만 병원에서 정한 진료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도 가지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지난 2001년, 대법원 역시 "전공의는 병원측의 지휘, 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병원경영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전의총은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병원들은 거리낌없이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근로기준법 53조 제1항에 따르면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1주 간 12시간 범위 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단, 의료업인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했다면 53조 제 1항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전의총은 "병원 경영자들이 이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행 전공의 과다 근무 및 당직비 등 임금 지급의 위법성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전의총은 "1주일 간 연장근로에 대해 병원 경영자와 전공의 간 합의가 있었는가, 52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 전공의 대표와 서면 합의를 했는가, 연장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이 지불됐는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노동부 진정에 참여한 진정인들은 전공의 과정을 시작할 때 병원 경영자와 추가근무에 대한 서면 합의를 한 적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당 수의 의료기관이 주당 40시간이 넘는 연장근로에 대해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당직비가 평균 2만원에 지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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