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보이콧…전공의 모집 파행 불가피
국립대병원, 선발인원 최소화 등 저항…사립대병원, 정부·교수 압박 눈치
2024.07.23 10:23 댓글쓰기

의정사태의 큰 변곡점이 될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등한 분위기다.


국립대병원들은 기존 전공의들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데 더해 모집인원까지 최소화했으며, 정원을 대거 신청한 사립대병원도 교수들이 전공의 모집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에 저항하는 전공의와 그런 제자들의 자리를 남겨두려는 교수들의 의지에 정부의 의료공백 과제는 이번에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산대병원, 1명 모집 등 국립대병원 충원 최소화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평가위원회가 지난 22일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전형계획을 공개한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인턴 159명을 모집하는 반면 레지던트는 단 32명만 선발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이 최근 소속 전공의 806명 중 739명을 사직 또는 임용포기 처리한 것과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부산대병원은 기존 전공의 244명 중 62명(25.4%)을 사직처리했고, 전북대병원 역시 212명 중 56명의 사직서만 수리했다.


이 밖에도 경북대병원은 전공의 285명 중 82명(28.8%), 충남대병원 245명 중 70명(28.6%), 부산대병원 244명 중 62명(25.4%), 전북대병원 212명 중 56명(26.4%)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들 병원의 사직 처리 비율은 전체 사직 처리 비율(56.5%)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번 하반기 모집인원 역시 매우 미미하다. 부산대병원은 하반기 모집인원으로 단 1명만 신청했으며, 전북대병원도 사직처리 인원 대비 30.4%에 불과한 17명만 충원한다.


전남대병원과 경북대병원도 각각 26명, 32명만 모집에 나서며 기존 제자들 자리를 남겨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63.5%가 '9월 하반기 모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비대위는 이를 원장단에 전달했다.


오승원 서울의대 비대위 홍보팀장은 이번 서울대병의 사직 처리 및 모집인원 신청에 대해 "교수 설문조사 결과와 사직 전공의들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평했다.


사립대병원, 정부 압박에 사직 규모만큼 모집


국립대병원들과 달리 사립대병원들은 모집인원을 대거 신청했다.


특히 빅5 병원의 경우 가톨릭중앙의료원이 1018명, 세브란스병원 703명, 삼성서울병원 521명,  등 사직 처리한 규모를 대부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병원도 소속 교수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정부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전국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15일까지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라고 요청하며, 미이행 시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5 병원 A교수는 "정부가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패널티를 주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료 선지급 유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충북대병원 등 휴진이나 진료재조정을 진행한 병원들에 대한 급여비 선지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병원 측에는 상당히 부담이 큰 카드"라며 "모집인원을 충분히 신청하지 않으면 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측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기존 전공의 자리, 9월 전공의들에 내줄 수 없다"


그러나 모집인원 규모와 별개로 이들 병원의 교수들은 잇따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거부하고 나섰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병원은 하반기 모집에 정원을 신청했지만 교수들은 이 자리가 기존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사실상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병원이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 자리를 현재 세브란스병원과 전혀 무관한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방침을 천명했다.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하반기에 입사한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더 직접적인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서울아산병원도 다른 병원에서 수련하던 레지던트가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전환해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지던트 1년차를 뽑지 않기로 했다.


고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전공의 모집공고를 내지 말아야 한다'(70.5%)는 의견과 더불어 '모집인원은 공고하되, 선발은 하지 말아야 한다'(18.9%)는 의견도 나왔다.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탈락 사유로 '지역 의료 붕괴'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의료원 B교수는 "정원보다 적게 선발할 수도 있다. 물론 지원자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감수해도 기존 전공의들 자리를 남겨두겠다는 게 교수들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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