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부적절 이용하면 패널티 부과해야"
의료계·시민사회단체 "국민에 정확히 안내, 제대로된 응급실 문화 정착"
2024.01.21 18:42 댓글쓰기

무너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패널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사건과 그 여파로 응급실이 숱한 헬기 이송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일부 시민사회가 민주당에 화살을 퍼부었다. 


지난 19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비영리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응급의료체계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특권의식이 응급의료 민낯을 드러냈다”는 취지로 비판을 쏟아내면서 응급의료체계 개선책을 제시했다.  


정부·정치권·시민들 ‘응급의료 철학’ 부재로 응급의료체계 붕괴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前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는 현재 무너진 응급의료체계 근본 원인으로 정부·정치권·시민의 ‘응급의료 철학’ 부재를 꼽았다. 


시민들이 구급차에게는 길을 내주지만, 아프면 모두가 응급실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 유행 당시 정부가 나서 응급실 이용을 부추겼고 실손보험업계의 응급실 보상보험도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는 게 시민들이 응급의료시스템을 적절히 이용하게 하는 것”이라며 “작은 병원으로 가라고 말해봐야 소용 없다. 부적절한 이용 시 가해지는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갓길 이용을 단속하지 않으면 갓길을 이용하는 게 본성이다”며 “국민에게 적절하게 안내하고 따르지 않으면 패널티를 줘야 제대로 된 응급실 이용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피력했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도 패널티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제도권 미비, 정치권 비협조, 시민의식 부재에 더해 권위자 특권의식도 응급실을 옥죄고 있다고 봤다.  


박 공동대표는 “이번 이재명 대표 사건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지정 이래 서울로 헬기이송한 첫 사례라고 한다”며 “특권의식과 갑질의 해결 방안은 결국 패널티다. 그의 헬기 이용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이용료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민주당이 공공의료, 필수의료를 그렇게 강조하더니 속내는 그게 아니었다”며 “응급의료에 있어 의전 서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향후 이재명 대표의 헬기이용료 처리를 감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루에도 수 십 번 응급실 그만두고 싶어, 응급의료에 정치가 개입돼 의학적 판단 저해”  


35년 간 응급실에 몸 담은 유인술 교수가 체감하는 응급실 현주소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인력 부족 및 응급환자 증가로 업무량과 국민의 요구수준은 높아졌지만,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이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면허취소법’까지 지난해 말 시행됐다. 


유 교수는 “긴 응급실 생활 가운데 요즘만큼 환자를 보면서 두려운 시기가 없다. 제자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정년을 1년 남긴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일이 하루에도 수십번 씩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과와 소방청을 통합할 수 있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설치하고 실질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는 지역응급의료위원회를 둬서 소방도 의료영역으로 끌어들여 관리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의료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형평성을 다져온 만큼 이제는 효율성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 원장은 “응급의료는 시간을 다투는 긴급성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지만 정치적 개입이 가해질수록 의학적 판단이 어려워진다”며 “유한한 자원에 과도한 형평성 추구는 의료 질(質) 저하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국민 의료보험 시행으로 모든 사람이 큰 병원으로 갈 수 있게 됐다”며 “보수정부와 진보정부 모두 의료에서 계속 형평성만 높이고 효율성은 외면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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