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입원순서 정하기→슬퍼도 어쩔 수 없는 '비극'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교수, 입·퇴실 기준 주문···'일반환자도 치료기회 상실'
2021.12.08 12: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전쟁 상황에서나 논의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불행이라 생각합니다."
 
12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 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서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가 이 같은 우려감을 표했다.
 
최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8일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5%에 달한다. 수도권은 86.6%로 사실상 전국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홍 교수는 먼저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TF를 구성해 중환자실 프로토콜을 만들고, 정부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 중증환자로 중환자실이 가득차면서 일반 중환자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환자 입퇴실 및 전실 기준 필요"
 
홍석경 교수는 특히 현재 구조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전무한 상황을 짚었다.

그는 다기관, 다학제 의료진간 치료를 표준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실수와 소통 오류를 줄이고 주기적인 검토로 현장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홍 교수 입장이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입원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위해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내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홍 교수는 "중환자 전문의 판단에 따라 중환자실을 퇴실하고 준중환자실이나 일반병실로 전실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가족 동의를 받아 퇴실을 시킬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이 퇴실을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의료기관윤리위원히 동의를 받아 퇴실 시킬 수 있는 강제성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의료전문가, 윤리전문가, 정부가 조기에 사전협의하고, 협의된 기준을 적용할 때 의료인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마련도 주문했다.
 
끝으로 홍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있지 말아야 할 비극적인 논의"라며 "재난 상황에서는 최고의 치료가 아닌 최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에서도 입퇴실 기준 마련이 화두에 올랐다.
 
"기준안 이해관계자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야"

이날 패널로 참여한 임채만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은 "윤리적인 이슈는 제한된 자원에서 전체 이익을 최대화하면서 개인희생을 최소하 하는데 있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은 어려운 일"라고 입을 열었다.
 
임 회장은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에 얽힌 이해관계자를 의사와 환자로 나눠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인 입장에서는 기준안은 따르기에 명료해야 하고, 병원 간 이해하는데 달라서도 안 된다"며 "특히 의사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입퇴실위원회 등을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 누구나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로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예기치 않은 변수에 따라 기준안을 자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시간으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민관합동 위원회를 결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병원마다 기준이 다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준은 모두의 합의를 거쳐 만들어 가야 한다. 기준이 지켜질 수 있도록 위원회 등을 구성해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재원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는 "법정분쟁시 면책 여부는 대응지침이나 기준 준수에 따라 달라진다"며 "의료인들의 부당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학회 기준을 정부 지침에 준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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