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병·의원 리뷰 '부작용' 심화
의료기관들 '피해 크다' 하소연 급증
2021.10.21 18:0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병의원 리뷰 일환인 별점 평가 등으로 인한 개원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리뷰·별점 평가 등은 일반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 시 참고하기 위한 선한 의도로 시작됐으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피해사례는 의료기관과 관계없는 영수증을 첨부해 리뷰 등록 및 별점을 주는 행위였다. 
 
예를 들어 치킨집 영수증을 비롯해 서울 의료기관 리뷰에 부산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내과 의원 리뷰에 치과 의원 영수증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일탈행위 이외에도 ‘상담직원 비웃음으로 기분이 나빴다’, ‘과잉진료 냄새가 난다’, ‘비싸기만 하고 치료는 제대로 안 됐다’ 등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을 적시한 사례도 적잖았다.
 
진단서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경우에도 부정적인 평가는 왕왕 뒤따랐다.
 
특히 병·의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특정 기관에 대해 음해하거나 리뷰 업체에 광고를 하는 의료기관들도 포착됐는데, 코로나19로 경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재앙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3일까지 ‘네이버 영수증 리뷰 및 포털사이트 병원 리뷰로 인한 의료기관 피해 파악’이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총 618명의 개원이가 참여했고, 항목은 활동 지역 및 전문 진료과목, 네이버 영수증 리뷰로 인한 피해 경험 유무, 타 포털사이트 리뷰로 인한 피해 경험 유무, 직접적인 매출 감소 및 법적 문제 발생 여부, 인터넷 포털 광고 문제 관련 참고할 만한 병원 사례 등으로 이뤄졌다.
 
포털사이트 리뷰·별점 평가 등 ‘천태만상’
 
대개협 설문조사에서는 포털사이트 리뷰·별점 평가 등으로 겪는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났다. 개원의 244명(약 40%) ‘네이버 영수증 리뷰’로 인해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136명(약 22%)은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했다.
 
반면 ‘신경 쓰일 정도로 있지만 미미해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165명(약 27%)이었고, ‘거의 없다’고 응답한 이는 69명(약 11%)에 불과했다.
 
특히 이 같은 행위는 매출 감소·법적 문제·이전 및 폐업 또는 재개업으로 이어졌는데 ‘매출감소가 있었다’ 302명(약 80%), ‘매출 감소 및 법적 문제가 있었다’ 44명(약 12%), ‘법적 문제가 있었다’ 23명(약 6%), ‘병원을 이전하거나 폐업 또는 재개업했다’ 5명(약 1%) 등이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타 포털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영향을 준다’ 206명(약 34%),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74명(약 12%) 등이었고, ‘신경 쓰일 정도로 있지만 미미해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201명(약 32%)이었고, ‘거의 없다’고 응답한 이는 131명(약 21%)에 그쳤다.
 
네이버 사례와 마찬가지로 타 포털사이트의 병원 리뷰도 개원가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매출 감소가 있었다’ 230명(약 77%), ‘매출 감소 및 법적 문제가 있었다’ 50명(약 16%), ‘법적 문제가 있었다’ 14명(약 5%), ‘병원을 이전하거나 폐업 또는 재개업했다’ 6명(약 2%) 등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A개원의는 “실제로 본원에 없었던 사례로 악플을 달고 직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악의적인 댓글을 지우거나 마케팅이 아닌지 확인해줄 포털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화번호도 없어서 항의도 못 하고 전부 문서화해서 소명하고, 자료가 양식에 안 맞으면 접수도 안 되고, 아예 댓글을 닫는 방법 뿐”이라며 “바쁘고 인력도 없는데 언제 일일이 다하고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B개원의도 “네이버 영수증 리뷰는 다분히 악의적”이라며 “이로 인해 보건소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해당 환자는 본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저 피해를 주기 위해 존재 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C개원의는 “영수증 리뷰에서 입은 피해로 네이버에 항의했으나, 소비자 권리라는 답변을 받아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네이버는 사업주 지적 동의도 없이 별점을 붙이게 만들어서 사업주의 영업권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경쟁 의료기관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수증 리뷰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D개원의는 “블랙마케팅이라고 타 병원 광고회사 직원이 본원에 와서 진료를 보고 영수증 리뷰에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며 “네이버 영수증 자체가 삭제가 까다로워 마케팅 회사에서 그걸 이용한다”고 폭로했다.
 
E개원의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영수증 리뷰를 대행하는 업자들도 있다”며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몇몇 사람 의견으로 병원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우려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개원의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이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개협 “의협과 공동대응 모색, 법적 조치도 진행”
 
병원 리뷰·별점 평가 등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자 개원가에서는 다양한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리뷰실명제, 별점 삭제, 포털사이트 등과 협의, 병원 리뷰·별점 평가 폐지 등이 그것이다.
 
F개원의는 “포털사이트 리뷰 및 별점 등 평가 시 실명제 전환이 필요하다”며 “병원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설명은 빈약한데 ‘막연히 비싸다’, ‘불친절하다’, ‘성의 없다’라는 식의 일방적인 불평을 적어 놓는 것은 공정하지 못 하다”고 주장했다.
 
G개원의는 “네이버 같은 거대 포털사이트는 개원의 항의에 대해 거의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항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H개원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관련 뉴스에는 댓글창을 없앴다”며 “배달 음식과 달리 진료에 대해 감성·주관적 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고, 의료기관이 원치않을 경우 댓글이나 평점을 매길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들의 피해가 실제로 확인되면서 대개협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문제의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 유관 기관들과 법적인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무분별한 포털 리뷰로 피해를 보는 회원들이 없도록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 등 대표 포털사이트들도 객관적 기준 없이 시행되는 의료기관 별점 평가 및 리뷰 등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의료기관 포털 리뷰를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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