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1주일내 전공의 사직 처리"…고민 깊은 병원들
시한 촉박하고 법적부담 등 난색…수련병원協 "2월 29일 적용"
2024.07.11 04:42 댓글쓰기

정부가 일주일 내로 모든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완료하라고 지시하면서 각 수련병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촉박한 시간 속에 정부는 사직서 수리 시점의 책임을 병원에 떠넘겼고, 병원은 법적부담과 전공의와의 관계 악화 우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월 사직 의향을 밝힌 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수는 총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정부 "사직서 수리 시점, 6월 4일 원칙이지만 전공의들과 협의해서 결정"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이달 15일까지 소속 전공의들의 복귀 및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금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하라고 알렸다.


공문에는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이 감원되는 등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경고도 포함됐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8일 브리핑에서 사직 처리 시점을 15일로 특정한 이유에 대해 "그에 따라 전공의 TO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전공의 TO가 결정돼야 이달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의 의료공백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병원을 떠나있는 전공의들에 정리를 서두르는 셈이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은 병원은 당황스럽기만하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시점이나 방식 등 전반적인 사직 처리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며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부서에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도 "사직 수리 시점을 2월로 할지 6월로 할지 정부가 정해주지 않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섣불리 처리하기엔 곤란한 상태"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해 원칙은 6월 4일 이후라면서도 병원과 전공의 간 협의를 통해 정하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8일 브리핑에서 "6월 3일까지 정부가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의 효력은 유지되므로, 수련병원이 이에 반해 사직서를 소급해 수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병원과 전공의 간 복잡한 법률관계가 있기 때문에 수리 시점은 당사자들 간 협의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 소재 수련병원의 A교수는 "정부가 행정명령을 취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직서 수리를 소급 적용할 경우 법적책임까지 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떤 병원이 먼저 나서서 정하겠나"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병원에 책임을 떠넘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임시방책 급급한 정부, 수련병원協 요청 수용 가능성


병원이 사직서 수리 시점을 결정하면서 교수와 전공의들 간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권 수련병원 B교수는 "보통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은 병원장과 진료과장이 정한다. 진료과장의 성향에 따라 후반기 모집을 통해 전공의 공백을 해소하려는 병원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방에서는 전공의들이 사직 후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교수와 전공의 관계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정부 조치는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에 더해 전문의 시험까지 추가로 실시하겠다는데, 이를 1년에 여러번 치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극도의 혼란이 올 것이다. 도대체 이런 희생과 노력을 동원해서라도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난 9일 오후 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를 학인한 뒤 사직을 원할 경우 수리 시점을 2월 29일자로 일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 정부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2월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전공의들이 그간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지속 요구한 것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수련병원협의회는 전공의들 수도권 쏠림을 예방하고자 9월 전공의 모집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은 동일 권역에 한 해 지원토록 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복지부에 제안키로 해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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