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약제비에 대해 또 다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병원이 각각 50%씩 책임이 있다고 판결, 의료계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법부가 지금까지 내놓던 병원 측 20% 승소 판결을 깨고 최근 두 차례의 판결에서 공단, 병원 간 책임 비율을 50%로 명시하면서 동시에 약국과 환자에게도 원외처방약제비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적시해 향후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20민사부(재판장 장석조)는 지난 2일 순천향대병원이 공단에 제기한 진료비 소송에서 "공단은 초과 약제비에 대해 약국과 환자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지 병원에게만 모든 손해를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병원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약국이 병원의 기준초과 원외처방전에 따라 환자에게 약을 조제·판매했어도 결과적으로 약국은 약제비로 인한 상당한 이익을 챙겼고 환자 역시 처방에 따른 혜택을 봤으므로 공단 손해액을 병원과 함께 약국과 환자가 짊어질 책임이 있다는게 판결의 골자다.
이에 순천향대병원은 대학병원 중 최초로 원외처방약제비 50% 승소를 선고받았으며 항소 금액인 9억4388만원 전액을 공단으로부터 되돌려 받게 됐다.[아래 표]
앞서 백제병원 50% 승소에 이어 순천향병원마저 50% 책임비율을 인정받아 공단-병원 간 진료비 환수 전쟁의 판도가 뒤집힌게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공단은 법원 판단에 따라 병원 외 약국과 환자에게도 약제비 환수 절차를 진행하게 됐기 때문에 공단으로서는 병원, 약국, 환자 등 3개 집단과 대치하게 됐으며 50여개 대학병원들과의 소송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직면하게 됐다.
사법부 "기준 초과 원외처방 불법" 입장 유지
지금까지 20% 원외처방 승소 대비 50% 승소는 병원에 유리한 판결이지만 재판부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초과한 처방에 대해서는 불법이라는 입장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재판부는 "비록 환자에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초과 처방이라해도 이는 민법을 위법한 행위이므로 병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고 이는 곧 공단 측 불필요한 손해의 원인이다"라며 초과 원외처방에 대한 기존 사법부 입장을 견지했다.
재판부는 약국이 원외처방약제비 상당액을 부당 이익으로 수령했으므로 공단은 약국·환자에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공단 측 행정절차의 위법성도 지적했다.
"공단, 약국·환자에 부당이득 되돌려 받을 권한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원의 원외처방은 결국 환자에게는 유익한 진료행위이고 따라서 환자와 약국도 초과 원외처방약제비로 인한 부당이익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공단은 환자와 약국에 부당이득반환채권(원외처방에 따른 공단 손해를 돌려받을 권리)을 갖게 된다"고 적시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단은 약국과 환자에게 처방액을 돌려받는게 불편해 병원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어왔다"며 "특히 공단은 약국으로부터 원외처방약제비를 환수하기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지 않은데도 순천향대 병원만을 환수 대상으로 삼았다"고 환기시켰다.
약국들이 향후 공단에 신청할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초과 약제비 대부분을 용이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공단-병원 간 50%의 약제비 책임을 선고했는데도 순천향대병원은 항소액인 9억5천여만원을 모두 되돌려받게 됐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9억5천만원의 절반인 4억7천여만원은 50% 승소에 따른 금액으로 병원에 되돌려 주는 것이 당연하며, 나머지 4억7천여만원 역시 공단이 약국으로부터 되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병원에 항소액 9억5천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진료비 소송 중 20% 책임비율 산정 결과에 공단은 "기준 초과한 원외처방에 대해 공단이 20%의 책임을 지라는 것은 당치않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50% 책임 판결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이 정리된 것이 없지만 공단으로서는 인정하기 힘든 판결"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