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환자 퇴거·전원' 압박에 부담 큰 병원들
중앙사고수습본부 일방적 지시 불만 비등, 이재갑 교수도 6일 SNS 직격탄 날려
2021.09.07 05:1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의 코로나19 병상 운용에서 의료진 의견이 소외되고 있다는 현장의 볼멘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장 판단보다 더 빠른 시기에 중증 병상에서 퇴거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4차 대유행으로 병상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현장 의료진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6일 오전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것을 공문으로만 해결하려는 중수본”이라며 “의사 판단은 중요치 않다. 계속 의료진들을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재갑 교수가 올린 공문은 중수본이 강남성심병원에 보낸 것으로, 강남성심병원의 재원 적정성 평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중수본은 강남성심병원에 있는 환자 1명에 대해 퇴실을 권고하고, 3일 이내 조치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공문에서는 현장 의료진 판단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의료진 의견보다 정부가 구상하는 병상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일 환자치료 경과를 보고하는데, 호전돼 산소포화도가 높아진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경증 병원으로 전원하라는 공문이 수시로 온다”며 “4차 대유행으로 중증 병상 수급이 어려운 점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조치만큼은 현장 의료진 판단을 우선시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에 중수본 권고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했다가, 위독해지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 누가 책임지는가”라며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코로나19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현장 의료진에게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다른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공문이 자주 오지는 않는다. 주로 문자나 전화 등으로 병상에 대한 권고가 내려온다.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는 환자 경과를 매일 정부에 보고토록 돼 있다. 정부가 이 보고를 토대로 병상 배정에 대해 지시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의료 현장 특수성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일례로 본원에  투석이 필요한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 우리 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에서만 투석이 가능한 까닭에 코로나19 증상이 호전됐지만 다른 병상으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수본에서 해당 환자를 중증 병상에서 퇴거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석을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환자를 계속 중증 병상에서 치료해야 했고, 이 때문에 결국 환자로 인한 손실 보상을 포기해야 한다”며 “지금은 병상 배정 당시 중증 환자가 아닌 투석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는 받지 않고 있다. 100% 정부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현장 의료진에 대한 존중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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