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이 병원 직원이 수행해야 할 병원 내 응급환자 운반 업무를 119구급대원에게 떠맡겼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질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구급대원이 응급실 앞에서 병원에 환자를 인계하는 기존 업무를 넘어 CT, X-ray 촬영실에 직접 환자를 운반해온 것이다. 구급대원은 병원에 발이 묶이면서 다른 응급환자를 이송하는데 차질을 겪고 있었다.
최근 대전 소방노조는 소방당국에 구급대원이 CT, X-ray 촬영실에 환자를 운반하는 업무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고, 소방당국은 병원과 협의 후 지난 8월 17일부터 운반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4월 16일부터 구급대원들은 대전성모병원에서 이 같은 업무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구급대원은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 후 환자를 싣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CT, X-ray 촬영실로 이동, 이후 검사를 마친 환자를 다시 싣고 나와 구급차에 태운 뒤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는 일반적으로 구급대원이 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를 인계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병원이 구급대원에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업무는 119구조 및 구급에 관한 법률과 119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에도 어긋난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갑질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병원 업무가 늘어나면서 응급 환자를 원활하게 수용하기 위해 구급대원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이러한 업무는 두 기관이 협의해서 이행하고 있던 것"이라며 "협의 당시 구급대원도 허락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불만이 쌓이고 갑질이라는 오해로 변질된 것이라는게 관계자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경우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우려해 곧장 수용하지 않고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격리실에 머물게 되는데 격리실이 가득 찰 경우 구급차를 일종의 격리실로 이용해왔다. 여기서 구급차에서 대기하는 환자 운반 업무는 구급대원이 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구급대원 운반 업무는 격리실이 가득 찼을 때만 요청했고, 격리실에 여유가 있을 때는 요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응급실 내 격리실이 부족하면서 생긴 사태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재 대부분 병원에서 응급환자를 수용하기 전 환자가 발열이나 호흡기증상을 보이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실에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격리실이 가득찰 경우 환자가 오랜시간 대기하거나 다른 병원을 찾아 떠돌아야 하는 실정이다.
병원 관계자도 “격리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 없어 구급대원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