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가 의료계의 잔여백신 자율접종 요구를 제한적으로 받아 들였다.
기존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 간격을 고려해 잔여백신으로 1차 접종을 시행하지 않았으나, 의료기관 내 예비명단을 작성해 50세 이상 잔여백신 접종 대상은 가능토록 했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화이자·모더나 백신 등 접종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자율접종이 관철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예비명단을 통한 잔여백신 처리 비율이 네이버·카카오톡 등 SNS을 통한 비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9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최근 AZ 잔여백신 활용 방안을 변경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의료기관 예비명단을 통해 진료 받는 50세 이상에 대해 잔여백신 접종을 가능케 한 부분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SNS만을 활용해 잔여백신을 접종할 경우 노쇼로 인한 백신 폐기량이 늘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특히 질병관리청(질병청)의 통계를 확인한 결과, 예비명단을 통해 잔여백신을 처리하는 비율이 SNS를 이용한 것보다 나았다. SNS를 통한 잔여백신 활용에서 노쇼로 인한 예약부도 등 문제가 있음이 실제로 확인된 셈이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회의에 참석한 의협 관계자는 “SNS를 통해 잔여백신 활용은 먼 거리에서도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내 도착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약부도율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잔여백신 자율 접종이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에 부합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50대를 포함한 고령층의 SNS 접근성이 높지 않아 ‘사실상’ 불공정한 상황인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개별 의료기관이 예비명단을 활용토록 하면서도 ‘50세 이상 잔여백신 접종 대상’으로 한정했다.
의협 관계자는 “원래 백신 접종 시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고령 환자, 만성질환자 등을 우선해야 하는데, 공정을 중요시 하다 보니 (잔여백신의 경우)30대가 대부분 성공했다”며 “온라인에 익숙한 30대에게 기회를 준 셈인데, 이게 모든 연령층에 공정한 시스템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의원급이 대부분인 위탁의료기관에서 이미 ‘융통성’을 가지고 잔여백신을 활용하고 있었고, 질병청도 이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는 “AZ 백신 2차 접종 시 노쇼 백신이 많이 나올 수 있는데, 그걸 버릴 것이냐는 이야기는 많이 나왔다”면서도 “일선에서는 잔여백신 활용을 융통성을 가지고 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잔여백신 활용을 두고 어디에도 처벌 규정이 없다. 카카오·네이버 등을 활용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 공정과 정의 이야기가 많다보니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