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베트남 산모와 아기가 주변의 따뜻한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해 미담이 되고 있다.
레(여・35세)씨는 남편 토안씨와 함께 지난 2013년 비전문취업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자동차부품회사에 다니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출산을 앞두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귀국길이 막히면서 설상가상으로 임신 25주가 됐을 때 심한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났다.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출산이 어렵게 되자 레씨는 지난 1월 5일 긴급히 단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높은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서 아이의 심장박동도 약해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레씨는 이틀 뒤인 7일 임신 26주 3일 만에 키 23cm, 체중 540g의 미숙아를 출산했다.
당시 신생아는 540g의 초극소 저출생 체중아로 태어난 탓에 폐와 심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동맥관 개존증과 패혈증, 호흡곤란증후군 등 여러 병을 동시다발적으로 앓고 있었다.
태어난 이후 지난 6개월을 신생아중환자실과 인큐베이터 속에서 인공호흡기의 보조를 받으며 생명을 이어왔다.
체온조절능력과 영양상태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장기간 입원치료로 인한 신생아 패혈증 등 수차례 합병증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힘든 상황을 잘 이겨냈다.
지금은 체중이 출산 당시보다 8배가량 늘어난 4㎏. 그사이 민랑이라는 예쁜 이름도 생겼고, 지난 15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건강을 회복하며 부쩍 커가는 민랑은 부모에게 큰 기쁨이었으나 입원기간 동안 불어난 치료비를 민랑의 부모는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이들은 불법체류 중으로 건강보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1억7000여만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진료비용이 발생해 하루하루 애만 태우고 있었다.
입원기간 동안 이 같은 레씨 사연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 사회사업팀을 통해 전해지면서 온정 어린 손길이 이어졌다.
단국대병원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후원모임인 단우후원회를 비롯해 기독교원목실, 희망의 친구들, 라파엘클리닉 등에서 성금을 모아 레씨에게 전달했다.
단국대병원 이미정 단우후원회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작은 정성이지만 타국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던 아기와 부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레씨 부부는 “외국인이고 보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원측은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어떠한 차별없이 우리 가족과 아이를 극진히 돌봐주셨다”라고 술회했다.
이어 “사람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라며 밤낮으로 아이를 치료해주신 의료진과 힘들 때마다 격려해준 병원 관계자에게 평생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겠다”라고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