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방 거점 대학병원 산하 혈액원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헌혈자는 적은데 혈액원을 유지하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수술용 혈액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국적으로 의료용 보유 혈액량이 부족한 가운데 헌혈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 환자 가족에 대한 지정헌혈이 이뤄지는 경우 다소 시일이 지연될 수 있다.
9일 병원계에 따르면 인천성모병원 산하 혈액원은 최근 보건복지부에 휴업연장 신고를 했다. 사유는 시설 보완이다. 이 병원 혈액원은 앞서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에 휴업신고를 했는데 이번에 휴업기간을 연장하며 오는 2023년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 휴업기간만 총 6년이다.
대학병원 산하 혈액원이 문을 닫은 것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인천성모병원 외에도 청주성모병원 혈액원이 최근 폐업신고를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강릉아산병원 혈액원이 폐업했다. 병원 개원과 함께 설립된 시설이었지만, 지난 10년간 총 이용자가 10명 미만에 그치는 등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았다.
2019년에는 중앙대병원 혈액원이 폐쇄했다. 당시 이 병원 혈액원은 수혈관련 급성폐손상(TRALI)이 발생할 수 있는 여성헌혈자로부터 신선동결혈장(FFP)을 공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대학병원 산하 혈액원이 연달아 문을 닫으면서 헌혈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적으로 유관기관의 혈액 보유량이 해마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혈액 보유량은 평균 3.8일에 그쳤다. O형의 경우 1일 소요량이 1천481유닛이지만 보유량은 4천288유닛으로 가장 부족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최근 보유 혈액량이 적정량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 보유량의 적정치를 보통 5일치지만, 최근 1년간 적정 보유량을 넘은 날이 많지 않다”며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헌혈량은 더욱 줄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보유 혈액량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는 대형 의료기관도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지금도 의료기관 일선에선 수술 전에 지정헌혈자를 수배하는 경우가 많다.
지정헌혈자에 대한 신속한 수혈도 대학병원 산하 혈액원의 장점이다. 대학병원에선 환자의 가족 등으로부터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수급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산하 혈액원이 아닌 일반 헌혈기관을 거치면 별도의 검사 작업이 더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이 산하 혈액원을 폐원하는 대부분 이유는 유지비용 때문”이라며 “혈액원을 운영하려면 시설, 인력 기준을 계속해서 준수해야 하는데, 헌혈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유지비용만 소요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별로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헌혈기관이 있기 때문에 헌혈 접근성 자체가 저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환자 편의를 위한 시설이 계속 문을 닫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