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보건당국의 잔여백신 대상 연령 제한 발표였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일 "코로나19 잔여백신 대상을 기존 30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30세 이상이면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었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60세 미만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잔여백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발표로 조기접종에 희망을 걸었던 예비 수요자들은 크게 동요했다.
백신접종을 시행 중인 병원들은 부랴부랴 예비명단에 오른 기존 예약자들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해야 했다. 연령 제한 적용시점인 4일 이후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취소’를 알렸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날 밤 연령제한 적용시점을 4일에서 9일로 번복했다. 9일까지는 기존 예약명단에 포함돼 있을 경우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미 대상자에게 ‘접종 취소’를 통보한 병원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더욱이 이러한 사실은 다음 날인 3일 오전에야 각 병원에 통보됐다.
상황이 이같자 병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접종 취소’를 통보한 예약자들에게 다시금 ‘취소’ 철회를 얘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오롯이 병원들의 몫이었다.
뿐만 아니라 잔여백신 관련 문의와 항의 역시 병원들이 모두 감내해야 했다. 이날 각 백신접종 위탁기관들은 잔여백신 전화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백신접종 위탁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오락가락 지침으로 오늘 하루 생지옥을 경험했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는 병원이 쏟아지는 민원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60세 미만 예비자들에게 취소를 통보하고 하루 만에 재취소를 통보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해 방역당국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위탁기관 관계자는 “방역당국 지침 변경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신접종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예비명단 관리 방식 변경에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유예기간 연장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백신접종 위탁기관을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양동교 접종시행반장은 “4일부터 60세 이상에게만 적용하기로 했으나 의료기관에서 이미 확보한 명단을 하루 이틀 사이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사전에 지침 변경을 충분히 안내하지 못했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